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19일 국민연금 기금의 무차별 동원에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를 통해 정부 여당의 연·기금 정책에 명확히 선을 긋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여권내 유력 대권주자인 김 장관의 이같은 행보에는 작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직접적으로는 재경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를 겨냥한 것이나,  연·기금 운용책이 여권내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정의 정책기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독자노선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책 사안에 따라 제 목소리를 냄으로써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김 장관 주변에선 장관이란 '신분 제약'에 따라 이해찬 국무총리 발언에서 촉발된 국회 파행과 '4대 입법' 추진 등 굵직한 정치·정책적 사안에서 '소외'된데 대한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돼온 것이 사실이다.

한 측근은 "김 장관이 주요 정치·정책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할 시점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정 협의를 거쳐 '경제활성화를 위한 종합투자계획'(한국형 뉴딜)이 발표됐을 때도 김 장관은 내심 불쾌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마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짚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당정의 연·기금 동원 결정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기금을 동원한다고 하지만 자금규모상 국민연금이 '주역'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128조원이나 되고, 내년 말쯤에는 165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김 장관의 언급은 이처럼 막대한 연금 기금을 관리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기금 집행의 정책적 판단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이 "'칼에 맞은 상처보다 말에 맞은 상처가 더 크다'는 격언이 있다"면서 "이런 저런 검토차원에서 연금 운용에 대해 언급된 것은 있지만  최종적인 것은 아직 없다는 점을 국민여러분께 분명히 보고 드린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정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도록 해낼 생각"이라며 "과격한 말이어서 주저되지만 하늘이 두쪽 나도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판 뉴딜정책같은 방책이 필요하고 적대적 M&A도 막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부처가 (연금 기금의) 용처에 대해 앞서서 주장하면 '결국 원금도 못받는 것 아냐'하는 의구심과 불신이 증폭되고 신뢰가 훼손돼 결국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