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노무현 정부, 비정규직 법안 국회통과는 반드시 저지시키겠다.”

비정규직 법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한국노총이 천막농성에 돌입한 지 4일째 되는 18일. 국회 앞 천막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가 대화의 노력도 없이 여론을 등에 업고 공무원 노조를 탄압하는 모습은 과거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다”며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정부는 더 이상 민주적인 정부라고 말할 수 없다”고 인터뷰 시작부터 최근 정부의 대노동계 강격책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공무원 노조도 대화를 원했고 앞으로 해결방법도 대화밖에 없다”며 “최근 공무원 지도부와 접촉하지 못해 의사를 확인할 수 없으나 대화를 원한다면 최대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통과는 반드시 저지돼야 하며 이후 노사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 앞에 천막을 쳤다. 현 정세에 대한 한국노총의 인식은.
“공무원노조가 노동3권을 요구하며 그 관철을 위해 투쟁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론을 등에 업고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으로만 일관했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군사정권은 정당성이 없었기 때문에 한쪽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해 왔다. 공무원 노조는 대화를 원했지만 현 정부는 이를 거부한 채 사실상 공무원 노조 죽이기에 나섰다. 참여정부라는 현 정권이 군사정권과 똑같은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이야기했다.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정부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대화를 하려면 먼저 무더기 중징계 방침을 철회하고 공무원노조가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접점을 찾아야 한다. 공무원 노조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하면서 서로 대화를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필요하다면 내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
변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다. 대량징계를 하는 것도 공무원노조가 마련한 투쟁기금을 빨리 고갈시키려는 의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 양대노총이 함께 투쟁에 나서 압박할 수밖에 없다.”

- 한국노총이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의미는.
“양대노총이 공동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투쟁은 함께 집회를 여는 등 공동행동을 하는 것도 있지만 각각의 투쟁 일정 속에서 흐름을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노동자대회를 열었고 공무원 노조가 15일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도 그 흐름을 이어 오는 21일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26일 총파업을 선언했고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 투쟁들의 흐름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천막농성이다.”

- 언제까지 진행할 것인가.
“처음에는 21일까지 진행하려고 했으나 공무원 파업에 대한 탄압과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처리 일정상 한국노총 노동자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대노총이 각각 처해 있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는 투쟁 또한 다르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에 비해 투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지만 한국노총의 내부 조건을 고려하면서 이런 방식(천막농성 등)으로 최대한 연대해 싸워 나갈 것이다. 향후 민주노총 총파업과 국회 일정을 고려해 천막농성을 일정을 조정할 것이다. 최소한 민주노총 총파업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된다.”

- 공동투쟁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을 평가해 본다면.
“공동투쟁이 예전부터 지속돼 왔다면 서로간 차이를 인정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었을텐데 97년 이후 처음이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생각보다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공투를 통해 이런 것들을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부진하지만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천막농성장에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방문해 격려하고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지도 밝혀줬다. 이런 경험들이 계속 많이 축적돼야 한다.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 속에서 함께 일하다보면 두터운 벽들이 조금씩 허물어질 것이다. 앞으로 공투를 하는데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최근 이목희 열리우리당 의원,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 및 정부 관계자를 만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데.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노사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노동계와 사용자 모두로부터 반발을 사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내년 2월에 사회적 대화 참여여부를 결정케 된다. 법안은 이 틀 속에서 노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때까지 정부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논의해서 추진돼야 한다.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 이런 의견들을 전달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 노동운동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변해야 한다는 인식 또한 팽배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1%에 머물고 있는 양대노총의 조직률을 24%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0% 이상의 사업장이 노조가 없는 현실을 양대노총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노조 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용자로 하여금 노조 결성을 저지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전투적 조합주의가 낳은 산물”이라며 “노사간 신뢰 회복을 통한 사회개혁을 이뤄내야만 노동운동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조직률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노사관계 정책에 대해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제하며 “노사간 문제는 노사 대화로 풀고 정부를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사간 신뢰 회복과 조직률 상승으로 국민여론을 노동계의 편으로 만들고 진정한 사회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노동계의 각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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