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파업 첫날인 15일. 언론들은 노조 파업을 평가절하했고 정부는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전원 징계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또 “전교조식으로 복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해찬 총리는 “총파업 철회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부 방침발표와 주장, 언론 보도태도에 대해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매일노동뉴스>는 김 위원장과의 전화통화를 수소문한 끝에 이날 밤 어렵사리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싸움은 이제 시작된 것”이라며 “파업의 성패를 따질 단계는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음 싸움을 준비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퇴각(파업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파업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현 상황에 대한 판단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싸움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총파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 (노동기본권 확보라는) 우리의 문제를 사회이슈화시키고 우리가 왜 싸우는지 그 이유를 알려내려 했다. 일차적으로 성공했다고 본다. 투쟁을 시작한 뒤 하루 이틀 사이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3천여명을 자른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 대오가 어디에 가겠는가. 노동기본권을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투사들이 확보되는 것이다. 보수 기득권 세력이 판치는 이땅에서 한판으로 모든 것을 얻으려고 했다면 이상한 것이다. 이제 (투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성패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 ‘이제 시작’이라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인가.
“그렇다. 이번 투쟁은 완전한 노동기본권 쟁취를 목표로 했다. 앞으로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기간 동안 준비를 해 왔고 전쟁은 시작됐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 노조 한 간부가 싸움은 ‘선언-운영-퇴각’의 단계가 있다고 하더라. 지금은 어느 단계인가.
“당연히 ‘운영’의 단계이다. 일정 부분 퇴각의 시점도 잡아야 한다. 퇴각이라는 것이 등을 돌리는 것이라면 실패다. 어떤 식으로 다음 싸움을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앞서 말한대로 그냥 한판 해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상황판단을 해봐야겠지만 (퇴각은) 다음 싸움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준비가 됐다고 판단될 때, 조합원들이 패배적 관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퇴각의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 것 같은가.
“한 달이 될지, 당장 내일이 될지 누구도 예측 못한다.”

- ‘장기적으로 시작되는 싸움’이라면 단기적인 싸움을 이기기 위한 이후 계획은 있나.
“당연히 있다. 이 상태로 가만있으란 말인가. (이후 투쟁은) 나오는 것을 보면 알 것이다.”

- 지도부의 고민은 뭔가.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 동지들이 잘 싸워줬다. 관공서가 공권력의 군화발에 전국 동시다발로 짓밟히는 탄압 속에서도 힘있게 투쟁했다. 경남에서는 최근 도지사가 없었다고 하더라. 행자부에 내려온 관계자들이 사실상의 도지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탄압이 심했다는 말이다. 위원장으로서 계속 이겨나가는 싸움을 하면 되는 것이다.”

- 이해찬 국무총리가 “노조가 파업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늘(15일) 저녁에야 알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이 총리가 국회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는데, 위증죄로 고발돼야 한다. 그가 최근 두세달 동안 공무원노조와 관련해 (100억 투쟁기금 모금이 공무원들에게 외면받아 힘들 것이라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 해대다 보니까 그런 말까지 한 모양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 행자부, 법무부 장관이 “전교조식의 복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세 사람은 이 정권과 자기들의 장관직이 계속 될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얼마나 오만한 발상이냐”고 공격했다.

- 하고 싶은 말은.
“국민들을 위한 싸움이다. 지금까지 권력을 위해 봉사해 온,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공무원들의 풍토를 바꾸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다. 그런 부분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은 “낮에 집에 전화 걸었더니 처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TV에서)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등 예상 외로 여유가 있었다. 그는 또 “사무실과 집에 있는 책꽂이 위쪽은 읽지 않은 책들”이라며 “그것들을 다 읽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속될 경우 장기간 수감될 수 있음을 각오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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