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올 들어 가장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1만5천명의 농민들이 서울역광장에서 농민대회를 마친 뒤 시청광장에 모인 민주노총, 전국빈민연합 등 노동자, 빈민 참가자들과 함께 전국민중대회에 참가, 시위대는 2만여명(주최쪽 추산)으로 불어났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국가보안법 완전폐지 △쌀개방 저지 △비정규노동법 개악 저지 △파병부대 철수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주요 구호로 외쳤다.

“쌀개방 묻는 국민투표 실시하자”

“국민여러분! 십 몇 년 전처럼 다시 쌀값이 한달 월급의 절반을 차지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값비싼 쌀 대신 핸드폰과 컴퓨터를 삶아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매일 빵과 삶은 옥수수로 연명하시겠습니까”

13일 전국 농민대회 참가자들이 채택한 ‘350만 농민이 전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호소문은 “결코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며 “지금 우리 농업은 더 이상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히고 있다.

“쌀개방 여부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며 농민들은 “현재 밀실협상 중인 쌀개방협상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 전국에서 모인 농민들은 1만5천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1만5천명)에 달했다. 전국농민연대 정재돈 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애초부터 쌀을 개방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면, 정부는 쌀개방 폭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했었다”며 “정부는 그동안 쌀개방 해도 문제없다는 듯 여론을 호도하다 최악의 협상 성적표를 내놓고 이제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 쌀개방 여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쌀개방 협상과 관련해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쌀개방 협상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론은 대체로 의무수입물량을 8% 수준까지 늘리고 외국산 쌀의 소비자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이는 사실상 전면개방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해왔다.

농민대회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쌀 개방 협상 중단 및 국민투표 실시 △추곡수매가 4% 인하 철회· 쌀 생산비 보장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농지법 개악 반대 △농협 농민위주 즉각 개혁 등을 요구하며 “비교우위론을 앞세워 농업을 포기하려는 일체의 기도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억눌린 사람들끼리 함께 싸우자”

오후 5시. 노동자·농민·빈민 등 2만5천여명이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다. ‘신자유주의와 보수를 넘어, 가자! 민중의 시대로’라는 기치로 열린 이날 전국민중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억눌린 사람, 배고픈 사람, 억압된 사람끼리 이렇게 모이니 기분이 좋다"며 "우리의 생존권으로 장난치는 저 정권과 자본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또 이 위원장은 “지끔까지는 따로 싸워 왔지만 이제는 하나로 뭉쳐 더 큰 힘을 발휘하자”고 말하며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지지와 동참을 적극 호소했다.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는 “통일된 세상, 민중의 세상을 만들어서 멋지게 함께 전진하자”며 짧게 인사말을 마쳤다.

1시간여 경찰과 대치…20여명 다쳐

민중대회를 마치고 전국민중연대 대표단이 청와대로 항의방문을 가기 위해 경찰 방어선이 처진 도로로 진출하려 하자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이 빚어졌다.

분노한 농민들이 소주병과 쓰레기, 심지어 잔디를 뽑아 던지며 항의하자 경찰이 물대포 등으로 이를 저지하는 등 20여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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