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 '1'이 4번이나 겹치는 '11월 11일'은 우리 사회에서 예사롭지 않은 날 같습니다.

이 날 민주노총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생일 날짜가 11월11일로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화제가 됐습니다. 전노협이 모태가 된 민주노총은 95년 11월11일 창립했고 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11일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일단의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창당됐지요.

지금 공무원노동3권 보장과 비정규법 등 노동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형국이, 숫자 '11'에 얽힌 민주노총과 열린우리당은 운명처럼 느껴지네요.

- 더 재미있는 사실은 민주노총 탄생의 모태가 됐던 전노협이 1990년 1월 22일 결성됐는데, 같은 해 같은 날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대통령,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총재,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총재가 3당 합당을 선언하고 '민자당'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노동계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죠.

민자당은 이때부터 끈질긴 전노협 탄압에 나섰고, 전노협은 이에 맞서 총파업으로 응수하며 싸우곤 했는데요. 이 둘의 생일인 22일이 민주노총과 열린우리당의 생일 숫자 '11+11'이라는 사실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지금 민주노총이 정부여당에 맞서 총파업을 선언했고, 정부여당은 엄단방침을 밝히고 있는데요, 2004년 겨울의 이런 모습이 마치 15년 전 전노협과 민자당의 관계를 쏙 빼닮아서, 15년 전으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또 15년 전 단병호 전노협 초대의장은 지금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돼서 공무원노조와 비정규노동자 권리보장을 촉구하고 있고, 역시 15년전 민자당 합당에 항의해 국회의원직 사퇴를 시도하기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법과 비정규법을 강행하려 들고 있죠. 역사의 아니러니입니다.

- 민주노총의 총파업 찬반투표에 참여한 전국시설관리노조 아주머니들의 사연이 코끝을 찡하게 하더군요.

시설관리노조 아주머니들이 처음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도 정작 투표에 머뭇머뭇 하더래요. 주위에서는 혹시 총파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하고 우려했지만 사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찍을 때 외엔 투표해본 적이 없으신 우리 아주머니들이 한글을 몰라 ‘찬성’ ‘반대’라고 씌인 투표용지를 보고 당황한 것이였다는군요. 물론, 투표결과는 ‘찬성’이 압도적입니다.

-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전공노라 물으면 답하지 않겠다"

-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죠. 그런데 공무원노조 찬반투표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기자들이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모일간지 기자가 "전공노 위원장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고 말해 분위기가 썰렁해진 일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사람도 정해진 이름이 있고 우리도 전국공무원노조라는 이름이 있다. 약칭도 공무원노조로 정해져 있는데, 보수일간지와 정부만 전공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서 "나는 경찰에 붙잡혔을 때도 전공노 위원장이라 부르면 답하지 않았다. 난 전공노 위원장이 아니니까 답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기자도 발끈해 회견장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는데요. 민주노총↔민노총, 민주노동당↔민노당에 이어 이름을 둘러싼 신경전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 보수언론이나 정부가 '민주'나 '노조'가 들어가는 이름을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공무원 총파업 찬반투표에 기자들 업무방해?

- 공무원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열린 9일 노조 성북구지부에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17개사가 넘는 언론사들의 취재경쟁으로 오히려 경찰들이 더 혼란스러운 지경이었습니다.

오후 1시께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돼 투표함 등을 압수할 때는 기자들의 취재경쟁이 정점을 이뤄 경찰들이 사무실로 진입하지 못해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하더군요. 성난 경찰들이 기자들에게 “비키지 않으면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할 정도였다고 하니, 이번 공무원노조 파업에 쏠린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 실감을 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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