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및 남미 순방길에 중간 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하며,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민간외교정책단체인 WAC(국제문제협의회) 초청 오찬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것이 우리 국민이 유일한 동맹국인 국민에게 전하는 강력한 희망이며, 한미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미국민 여러분이 뜻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미 일각의 대북 선제공격론을 겨냥한듯 "한국 국민들은 무력행사를 얘기하면 전쟁을 먼저 떠올리는데, 잿더미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미국은 우리의 이런 현실을 존중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대북 무력행사는 협상전략으로서의 유용성도 제약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대북 봉쇄정책은 불안과 위협을 장기화할 뿐이고,  (북한의  체제) 붕괴는 한국 국민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대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라기보다 변화를 수용할 때 생길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라는게 합리적인 분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거나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의혹은 충분하며, 미사일과 그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많은 국가들의 우려를 살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지난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으며 지금도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려 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많은 경우 북한의 말은 믿기 어려운게 많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상황에 비춰볼때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로는 어떠한 공격적 행위도 할 수 없고,  또 그것을 통해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고 스스로의 파멸의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한·중·러의 지원을 기대할수 없어 최소한의 생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인만큼 핵무기를 반드시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북한이 무력공격을 받거나 외부의 영향력으로 체제가 위기에 처하고 더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고 개혁과 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핵무기는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납못한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자주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가진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1위쯤 되는 나라라면 자기 국방은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의해 주둔군 숫자를  줄이고  늘이는 문제를 미국이 융통성있게 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지 무조건 바짓가랭이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선 안된다고 말하는 건 우방으로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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