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노동부 차관: "파견의 경우 3개월 동안의 휴지기가 지나야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것은 기업에 부담이 된다. 기간제 근로자는 3년 지나면 사실상 정규직이 된다.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3개월 휴지기간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을 고용하려 하겠는가. 우리는 아니라고 본다. 3개월 동안 다른 임시직을 쓰며 넘기면 된다. 과거에 2년 고용하고 8개월 휴지기가 논의됐던 것에 비하면, 지금 3년 고용하고, 3개월 휴지기 둔 것은 너무나 후퇴한 것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 "사용자는 사실 이렇게 해주는 것 별로 반갑지도 않다.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낫다. 도표 봐라. 전체 노동자들 중 파견노동자가 0.37퍼센트다. 일본보다 낮다. 노동부는 유일하게 이 파견노동자 좀 확대해주고 고용유연성 높였다고 한다. 이런데도 노동계가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수호: "기록된 숫자만 그럴 뿐, 현재 불법적 파견이 엄청난 실정이고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98년에 도입된 파견법 때문에 지금 이렇게 불법이 판 치게 됐다. 그때 파견법 도입했을 때 우리가 별로 문제삼지 않았다. 그런데 손 봤다는 법안이 이렇게까지 된 것 아닌가. 5년 뒤, 10년 뒤가 더 문제다."

11월 11일 밤 열린 MBC ‘100분토론’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정병석 노동부 차관이 출연해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비정규직 갈등, 해법은 없는가’를 주제로 만난 이날 토론은 서로간 심각한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돌아선 자리였다.
 
이날 토론은 “노사정 대표가 만난 자리지만, 워낙 서로간 입장 차이가 커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자신이 없다”는 사회자 손석희의 어두운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수호 위원장은 먼저 최근 ‘비정규직 개안안 저지’를 이슈로 벌인 총파업 투표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총파업 투표에 정규직 조합원들이 50% 이상 참여해 70% 이상 찬성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계속 밀어붙인다면, 우린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개별 사업장들의 파업이 이미 가능한데, 그것과 관계없이 산별 차원에서 또 파업하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곧바로 이날의 핵심주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노사정 간 공방이 시작됐다.
 
김 부회장은 "비정규직들이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 현장에서 노사갈등이 심해진다"며 고용유연성 약화를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정규직을 아예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정규직 시장은 그대로 존재하되 비정규직 시장도 따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차관은 "지나치게 비정규직 고용을 규제할 경우 현장에서 불법파견과 하청으로 이어진다"며 "어느 정도 길을 터주는 것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법안은 사용자측 요구에 부응한 100%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IMF 사태 이후 정규직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사업장도 여러 곳 있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대해선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이윤에 비하면 임금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의 수익성이 계속 오르는 것은 결국 비정규 노동자의 몫을 사용자가 챙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김영배 부회장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는 임금삭감보다 고용의 유연성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고, 이 위원장은 "결국 값싸게 쓰고, 쉽게 해고시킬 수 있게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이에 대한 김 부회장의 답변은 "(기업의 경쟁력상) 물론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날 노-정간에 첨예한 시각차를 보인 것은 '차별 금지' 조항의 실효성 여부였다. 
 
정병석 차관은 "차별금지의 경우 정상적 노사관계로는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불합리한 차별일 경우 1억 원까지 과태료를 물리게 했다"며 노동위원회가 차별문제를 핵심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수호 위원장은 "그건 노동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 노동자 개인이 어떻게 사용주를 상대로 보수적 성향인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또 "더욱 커다란 문제는 불합리한 차별이 입증됐을 때 1억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 아니라 시정명령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았을 때에야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라며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에서 이수호 위원장과 김영배 부회장은 공히 노동위원회가 '불합리한 차별'을 가리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차별 금지 조항의 명문화를 주장한 반면, 김 부회장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 차관은 "노동위원회는 비용이 들지 않고,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기 때문에 합리적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토론 후반부 이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명문화하자는 이 위원장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정 차관이 먼저 "남녀간 동일임금은 명문화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정규직 비정규직 간 동일임금 문제를 명문화한 예가 없다"고 주장하자, 이 위원장은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동일임금 체계를 갖췄고, ILO의 입장도 동일임금 체계를 지지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 부회장은 "선진국은 임금체계가 직무급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나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며 "노조가 직무급 체계의 임금변환에 동의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은 노사 대표가 국회에 바라는 바를 한마디씩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 부회장은 "기업으로선 이번 법안이 오히려 고용유연성을 해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회가 노동계의 고함소리에 흔들려 불리한 법을 만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삼성그룹 임원 한 명의 평균 연봉이 1년에 58억인데, 이 돈이면 지하철 청소 아줌마들 7백명에게 임금을 줄 수 있다"며 "이런 양극화 현상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자는 것이 이번 총파업의 취지"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100분 토론'은 타이거우즈 내한 특집방송에 밀려 ‘80분 토론’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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