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통계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정부 산재통계 엉터리”라는 주장에 대해 노동부가 지난달 7일자에서 1차 반론에 대해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이 같은 달 22일 반론에 나서자 이번에 다시 노동부가 재반론에 나섰다. 의미있는 산재통계 논쟁이 되길 기대해본다.<편집자주>

통계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론에 기초한 통계집단의 설정과 목표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조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통계학자들은 통계조사에서 그 목적이 명확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조사는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많은 시간을 조사대상 선정과 문항 작성에 보내게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적합한 대상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목적에 맞는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조사에 관한 이 같은 기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의 주장은 조사대상과 방법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조사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조사의 전제에 해당되는 조사대상과 방법만큼은 정확성과 합리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자료인용”

첫째, 전체 사고성 재해자수의 산정 문제이다. 단 의원실은 전체 사고성 재해자수를 산정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자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자료의 상병코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해당 질병이 의심돼 진료 받은 진단명으로서 의료기관에서 비용 청구한 내역이지 최종 확정된 상병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통계에는 상병이 있는 것으로 의심은 했지만 실제는 상병이 아닌 것으로 진단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은 건강보험통계연보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에게도 확인한 사항이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자료에 입각해 추정한 우리나라 국민의 분석대상 사고성 질환자수와 이에 따른 산업재해 발생자의 규모는 부적절한 자료인용에 근거한 잘못된 수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근로자 아닌 취업자 비율 사용”

둘째, 직장내 사고자 비율의 산정 문제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는 직장내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일반근로자 외에도 자영업자, 사업주, 임원, 비임금근로자(예 : 보험모집인, 위탁수금원 등), 공무원, 교사, 군인 등 취업자에게서 발생된 사고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또는 산재보상보험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사고까지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단 의원실에서 주장하는 직장내 사고자 비율은 조사목적상 실제 계상돼야 비율보다 훨씬 높게 반영되어 있고, 이에 근거한 산재발생자수 또한 과다하게 산출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적에 맞지 않는 조사범위”

셋째, 통계 산출범위의 문제이다. 산업안전보건정책의 대상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근로자이기 때문에 산재통계 역시 이와 동일한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단 의원실은 직장을 가진 사람, 즉 취업자를 조사대상 범위로 하면서 노동부의 통계가 전체 취업자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책 대상이 아닌 자까지를 통계의 조사범위로 삼는 것은 통계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현재 산재통계가 완벽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유가 어떠하든 산재발생 보고를 하지 않는 사업장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 점은 산재예방 선진국인 일본, 영국, 독일 등도 다 같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사업장 내부의 고발이나 근로자의 적극적인 자세 없이는 한정된 지도감독 인력으로 이를 적발하거나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통계가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해 그 부분을 지적하는 상대방의 주장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어떠한 통계를 비슷하다고 편의적으로 인용하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사범위의 차이 등에는 눈을 감은 채 어느 일방의 잣대만으로 정부의 통계가 엉터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설득력 있는 논리가 아니고 오해를 증폭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산재통계 제도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산재통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그러한 점에서 단 의원실 주장의 정확성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는 이번 논쟁을 산재통계 제도를 재검토하는 귀중한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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