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의 각 지자체 등에서는 9일 파업찬반투표를 강행하는 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과 이를 저지하고 투표참가자들을 연행하는 또다른 '공무원'들 간 거센 충돌이 발생했다. 15일로 예고된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그 충돌과 마찰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89년 전교조 사태가 재현되는 느낌이다. 그때 해직된 교사는 무려 1,500여명이다. 해법은 없는가. 노동부와 공무원노조 관계자로부터 각각 자신들의 입장과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노동3권은 뗄 수 없는 하나의 권리"
민주사회를 세우기 위한 공무원노조의 투쟁


정용해 (공무원노조 대변인)

요즘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참으로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인 사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밀실에서 결정한 공무원노조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공무원들에게 선물이라도 하사하는 듯이 언론에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여기에 한술 더 떠 보수언론들은 정부의 장단에 연일 춤을 추어대고 있다.

정부는 지금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마치 선진외국의 공무원노조와 같은 수준에서 노조를 허용하는 것마냥 온갖 미사여구들을 사용해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이중삼중으로 모든 권리를 제약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그래도 불안한지 거기에다 강력한 처벌규정 넣은 것이 그것이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법을 위반하게 되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니 그야말로 ‘공무원노조 탄압법’이다. 이 처벌규정은 형법의 규정과 비교하면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는 독소조항이다.

공무원노동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노무현 정부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제헌 헌법에서부터 보장됐고, 1953년 노동관계법에서는 실체적으로 인정됐으나, 1963년도 박정희 군사쿠데타에 의해 공무원법이 강제로 개정되면서 강탈된 기본인권이다.

헌법 제33조2항에 분명하게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인지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일이다.

이러한 정부의 일관된 공무원 노동정책은 바로 노무현 정권의 친자본적 성격을 분명하게 내보이는 것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을 정권과 권력의 하수인으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음모나 다름없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정부의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말이 노조이지 실제로는 그야말로 '무늬만' 노조를 인정한 것인데도 대단한 일이라고 온갖 선전을 일삼고 있다.

단결권에는 직급과 업무에 이중적 제한을 두고 있어, 노조의 기본원리인 결사의 자유마저 침범하고 있으며, 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를 제외해 실제에 있어서는 7급 이하로 가입범위를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교섭권은 정도를 훨씬 넘어 법령, 예산, 조례 등은 교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용자와 아무리 좋은 단체교섭을 맺는다 해도 허사가 될 수밖에 없으며 임용권에 관한 사항,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기관운영에 관한 사항은 아예 교섭대상조차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공무원의 근무규정과 복지향상 등의 문제는 특성상 모든 것이 조례, 법령, 예산으로 정하게 돼 있으며 임용권에 관한 사항,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기관운영에 관한 사항이 바로 개혁대상인 것이다. 이 모두를 제외한다면 공직사회 개혁은 물 건너간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마다 매관매직과 부정부패로 나라를 좀먹고 있는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고 나선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막아서겠다는 것이다. 국민들과 공무원노조를 분리시켜 공무원노조를 그냥 하나의 이익집단 정도로 제한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면 지금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단체행동권은 노동조합에 있어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함께 상호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 중에 하나이고, 당연하게 보장돼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리 중 하나인 것이다.

공무원 노동자 투쟁의 의미

공무원노조는 지난 50여년을 권력과 정권의 하수인으로 살아야 했던 과거를 이제는 깊이 반성하고 권력과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로 거듭나려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으며, 정말 제대로 된 정부와 함께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동반자로서 파트너십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공무원노조의 수십 차례의 대화요구 거부는 물론 이도 모자라 방해와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 더러운 권력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은 50년 굴종과 질곡의 역사를 끊고, 이 땅의 핍박받는 민중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승리의 역사를 쓸 수 있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들의 수고로 이 땅이 조금 더 맑고 깨끗해질 수만 있다면 우리들은 기꺼이 그 수고를 감내하고자 한다. 우리는 더럽고 추한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싸움에 우리의 모든 것을 걸 것이다.

 
공무원노조 활동에 대한 국민 신뢰 얻어야
공무원노조법, 정부안의 취지와 배경
 

박화진 (노동부 노동조합과장)

정부가 제출한 공무원노조법안이 이달 중 국회에서 본격 심의될 예정이며, 이에 대하여 전국공무원노조가 11월15일부터 파업을 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공무원이 파업을 배경으로 파업권을 요구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공무원도 근로자인 마당에 이제는 단체를 결성하여 정부대표와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 정부에서는 공무원이 근로자이긴 하지만 동시에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신분상의 특성이 있음을 십분 고려하였다.

예를 들어 보수 등 근무조건에 관하여는 정부대표와 교섭할 권리가 보장되며 법령·예산과 관련된 근로조건도 교섭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법령·예산사항은 별도의 입법·예산절차에 따라 의회에서 최종 결정되므로, 노사합의를 의회 결정보다 우선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합의를 성실히 이행토록 하였다.

공무원파업, 공공이익 전념 직무특성상 허용 어려워

파업권 허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공무원의 파업은 공공이익을 위하여 직무에 전념해야 할 공무원 신분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공무원의 파업으로 행정이 중단되고 정부 기능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국민이 부담한다. 보수 등 근무조건이 의회에서 결정되고 그 비용은 국민이 부담하는 현실에서 파업을 허용하기는 어렵다. 공무원 노사관계는 파업보다는 정부와 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정치과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인 예이다.

파업권 없는 노조는 허울뿐인 노조인가? 현재 공무원단체에 가입한 공무원이 10만 이상인데, 앞으로 합법화되면 전국 최대규모의 노조가 될 전망이다. 거대조직과 재정을 바탕으로 정부대표와 교섭하면서 여론에 호소하고 국회에 건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오히려 거대노조의 힘을 국민의 편의와 관계없이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일부의 우려를 감안하여 그 힘을 절제하여야 할 형편이다.

이웃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공무원단체를 결성하여 정부와 교섭하거나 근무조건 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나 파업권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연방과 대다수의 주도 마찬가지다. 북유럽 등 파업권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들은 공무원의 신분이 우리와 달라 평면적으로 비교할 일이 아니다.
 
노동3권은 반드시 한 묶음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공무원의 경우와 같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권리의 일부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현행 공무원법이 대다수 공무원에게 단결권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공무원노조법은 이들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파업권 제한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공무원노조, 합법화 이후 어떤 활동할지 답 내놓아야

그리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한 것이 아니다. 정부 입법안은 공무원단체는 물론 각 정부기관과 전문가의 의견, 국민 여론 등을 두루 고려하고 부처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마련되었다. 오히려 노동3권을 요구하며 처음부터 파업을 무기로 사용하려 한 일부 공무원단체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대다수 국민이 공무원노조 허용에는 공감하면서도 파업권 허용에는 반대하고 있다. 75% 이상의 국민이 파업권 허용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단체도 이제 국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벌써부터 국민을 도외시하고 각종 불법행위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합법화될 경우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기보다 공무원노조 활동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국회에 정부안은 물론 다른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으며 공무원단체의 의견도 충분히 알려져 있다. 이제는 국회에서 심층적인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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