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노총은 이른바 참여정부를 상대로 험난한 총파업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비정규노동 확대, 공무원 노동1.5권 제한과 탄압, 한일FTA 체결, 이라크파병 연장 등 상황은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한편 노무현정부의 성격은 보다 분명해졌다. 그 동안 정부의 대 노동전략은 매우 불분명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를 앞세운 이데올로기 조작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정규노동 관련법 개악, 공무원노조 법제화의 시도는 모든 것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노동부장관은 ‘정부안 고수와 불법 엄단’만을 외치고 있다. 더불어 지난 몇 년 간의 노사정위원회 논의도 ‘노동계 의견을 수렴했다’는 이데올로기적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가문제도 사실상 결론이 났다.

그리고 이번 총파업이 지도부의 뜻대로 진행된다면 그 결과는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 큰 정치적 변수가 없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대규모 이데올로기공세→민주노총·공무원노조 파업지도부의 수배와 구속→손해배상청구와 노동조합 공격→개악법안 법제화→노사관계 ‘개혁’의 로드맵 제도화’의 수순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가을부터 각 방송들은 노동쪽의 약점을 집어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대규모 이데올로기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증거로 해석된다. 제도권 신문의 경우에는 한겨레를 포함해서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다. 더불어 침묵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도 중요한 조연으로 역할하고 있다. 이제 생존권 위기에 몰린 시민들의 불만을 선동하여 노동을 제압하려는 정권의 시나리오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누가 총파업을 불렀는가

이런 주변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번 총파업은 민주노총이 선택한 총파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운동성 그 자체를 거세하려는 국가 자본의 전략적 의도로부터 발생한 파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파업 없는 자본천국’을 앞세운 국가 자본의 거대한 역사적 반동이 만든 파업인 것이다.

좌우 어디를 봐도 우군이 없는, 그리하여 일정한 ‘패배’가 예견된 정치적 총파업을 왜 민주노조운동은 피할 수 없는가? 아니 도대체 어떤 의의를 갖고 있는가? 무엇보다 그것은 정규직, 대사업장 중심의 노조운동이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으로 거듭나는 하나의 역사적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적어도 그 출발점을 기록하는 일이 될 것이다.

1997년 겨울총파업과 IMF 외환위기 이래 민주노조운동의 화두는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리고 새로운 과제에 대응한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대응은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의 건설이었다. 이 과정은 많은 이견과 혼란으로 점철되었고 뚜렷한 진전 없이 여러 가지 장벽에 부딪혀 있다. 전략적 방향타는 있었으나 그 구체적 진로는 오리무중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정확히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였다.

'제2의 정리해고 법제화'를 막는 길

‘위기’의 핵심적 실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기업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연대의 한계’ ‘정규직 노동자의 협소한 경제적 이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연대의 한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한계는 지도부의 연대의지로만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였다. 기업을 넘어 전노협을 만들고 민주노총을 만들었으나 그것은 기업 틀 내의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것도 정규직에 한정된 것이었고 조직력을 갖춘 대사업장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분명한 연대의식이 있었으나 기업울타리 내외의 비정규직들은 여전히 ‘남’이었다. 이번 투쟁은 이제 그 구조적 한계에 파열음을 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요컨대 이번 총파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파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법안을 막지 못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물거품이 된다. 그것은 정규직을 노리는 제2의 ‘정리해고 법제화’이다. 비정규직과의 계급적 연대는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현실적 이해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절망으로 만들 것인가?’는 온전히 민주노조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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