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에 새둥지 연 '희연의료공제회'

“우리나라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가 17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를 당해도 의료보험 수가보다 2∼3배 비싼 진료비를 내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을 진료하는 것은 의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

휴일인 8일 의료계의 재폐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서울 금천구 독산동 ‘희연의료공제회’ 가 새 둥지를 튼 40평 남짓의 무료진료소에는 휴일에도 의사 10여명이 30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진료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 95년 발족 진료비50% 공제

치과, 내과, 한방 등 3개 분야 시설을 갖춘 이 진료소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구로공단과 안양 지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무료진료가 실시될 예정이다. 무료진료에는 전문의 10여명이 매주 번갈아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서울대·중앙대·인하대 등의 기독의사회 학생들도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무료진료에 나선 희명병원 내과 장재남 과장은 “평소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있었는데 6년여전 인하대 재학시절 무료진료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친구들 소개로 무료진료를 시작하게 됐다”며 “돈을 바라고 의사가 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환자 진료는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전문의 10여명 무료 봉사

희연의료공제회는 지난 93년 초 희년선교회 이문식 목사와 당시 인하대 의대 본과 3년생인 주지선씨가 시작한 무료진료에서 발전, 중병을 앓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95년 초 발족됐다. 이 의료공제회는 지역 병·의원 116개소와 협력,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는 연 5000원의 회비와 각계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진료비 50%를 공제해주고 있으며 현재 12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필리핀인 페라도 힐다(29·여)씨는 “의료공제회가 없었다면 지난 7월 임신 합병증으로 6개월만에 딸을 출산하는 데 든 비용 1000여만원을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딸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은 휴일도 잊고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의사 선생님들과 의료공제회 덕분”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인 의료공제회 박점남(37) 간사는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경 제상 반드시 필요한 인력인데도 이들은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조차 못 받고 있다”며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민간 차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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