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냄새 뒤섞인 한여름 불볕 더위를 현기증 버티며 기른 벼였습니다. 그 벼들이 진흙 속에 처박혔습니다. 뜨거운 밥으로 익지도 못하고, 이 ‘풍요로운’ 가을에 썩어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필요에 따라 ‘백성(농民)’도 되고, ‘군사(농軍)’도 됐던 그들입니다. ‘천하지대본’이란 말을 들으며, ‘천하지천민’처럼 살아온 그들입니다. 말과 글을 소유한 사람들이 ‘국익’이니 ‘경제’니 하며 쌀밥 먹는 입으로 쌀을 폐기처분 하는 동안, 농부들이 할 수 있었던 건 한 해의 땀으로 키워 낸 논을 울며 엎어 버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쌀개방 반대와 그 뜻을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하며 서울에서 대표단들이 단식 농성을 하는 와중에도, 벼 베기는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습례리(경북 구미시 선산읍) 추수도 끝났습니다. 추수 마지막 날에도 추수되지 못한, 진흙을 뒤집어쓴 채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습례리의 슬픈 논 한 필지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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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시 제작: 황의정 편집기자   사진: 박여선 기자     글: 이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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