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공개된 파견업종 전면 확대 등 정부 입법안이 처리 절차마다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와중에도 정부·여당이 입법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으로 미뤄 볼 때 하반기 입법을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 여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참여율이나 수위는 팽팽한 그 힘겨루기의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표율은 대체로 금속과 공공의 대기업 조직들에서 좌우되겠지만 이와 상관 없이 주목해 보아야할 것이 비정규직노조들의 각별한 각오다. 200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나면서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노조 운동 내부에서도 무시못할 존재로 성장한 비정규직노조들의 총파업은 자못 긴장감이 흐른다.

‘하루 총파업’은 반드시 한다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앞 둔 열린우리당 단식점거 농성을 통해 비정규법 개악저지를 위한 양대노총 차원의 총파업과 범시민사회공대위 구성까지 단숨에 끌어냈던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전비연, 의장 직무대행 박대규) 소속 비정규직노조들은 이번에도 자체적인 투쟁준비 점검에 여념이 없다. 전비연은 민주노총이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총파업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 9월1일 이미 정부가 비정규법안을 개악할 경우 비정규직노조들의 1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었다.

전비연의 핵심 주력노조는, 비정규직노조로서는 드물게 1천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전국건설운송(레미콘)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 현대차비정규직(울산·아산)노조 등이다. 사실상 이들 노조들의 찬반투표 결과와 총파업 성사 여부가 비정규직노조들의 투쟁 수위를 판가름할 것이다.

이들 노조들은 공통적으로 40% 정도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 투표함을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파업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파업 찬반투표는 조합원 교육자리를 마련하고 그 현장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결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일단 파업에 돌입한 다음부터는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은 “건설운송노조는 분회가 설립되면 항상 해고가 뒤따르는 바람에 파업을 해온 경험들이 다 있다. 이번 파업에 대해서도 우리 조합원들은 각오가 돼 있다. 노조만 설립해도 당장 해고를 하는데 제도적인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했을 때 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은 당연히 있다. 그래서 투쟁 수위와 방법에 대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실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단협 위반 사업장 타격 병행"

이수종 타워크레인기사노조 위원장은 “건설현장 경기가 너무 나빠서 우리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보다 고용불안에 대한 위험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전국을 누비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현장마다 한 명씩 떨어져 있다 보니 공감대 형성도 매우 어려웠다. 그렇지만 적어도 1일 총파업은 반드시 한다는 방침이다. 단협을 위반하고 있는 악질 사업장에 대한 타격 투쟁을 병행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권서 전국시설관리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투쟁 수위를 정확히 판단하면서 가야 한다. 우선은 구조조정 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통신산업개발지부 등 현안사업장을 중심으로 1일 총파업은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다. 이후 간부 파업으로 전환해서라도 개악안 저지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정규직노조들의 파업은 핵심 주력 노조들을 중심으로 상임위 상정시 ‘1일 총파업’을 반드시 조직하되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들의 노조인 만큼 수위를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오민규 전비연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정시기가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핵심 정규직 사업장을 중심으로 결의를 높여 간다면 강력한 총파업이 가능할 것이다”며 “비정규직노조들은 이 사안이 모든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위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선도적으로 현장을 조직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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