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오전 8시30분께 LG정유 여수공장 정문 앞.

LG정유노조의 제4차 임시대의원대회 취재차 공장을 찾았던 기자는 회사의 상식 밖 행동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기자들의 출입을 가로막는 과정이 한 편의 코메디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출입이 안된다”는 회사쪽의 계속되는 답변에 한발 양보, “노동조합만 방문한 뒤 취재는 약속을 잡아 외부에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완강하게 막아섰다.

이날 C 방송국의 모 기자 역시 출입을 거부당했다. 그는 “지역주재 출입기자도 들여보내지 않는 LG칼텍스의 행동에 당황스럽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기자는 "줄곧 지금까지 그냥 통과했다"고 계속 항의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다른 통보를 받은 바가 없다”며 끝까지 그의 출입 또한 저지했다.

물론 일반 방문객들은 한국경호협회 직원들까지 투입한 회사 쪽의 ‘삼엄한 경비’와 이들의 ‘철저한 신분검색’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출입은 결국 허락됐다.

이 때문에 노조 간부가 직접 나와 “지금 무슨 짓이냐. 노동조합을 방문하러 온 사람이다. 들여보내라”고 항의하자, 회사쪽 관계자는 “알겠다.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깥으로 나가 주변을 서성거리리기만 했다. 참다못한 노조간부가 달려나가 “빨리 회사쪽에 연락을 취해라”고 채근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 노조 간부는 “지금 LG칼텍스에는 상식도 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방문객이 공장을 방문할 땐 ‘정해진 출입 절차’만 지키면 될 것인데 그날 특별히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기자들은 '절대' 출입이 안된다고 막은 이유는 뭘까.

이날 공장 주변에는 “당 공장은 국가보안목표 ‘가’급 시설로서 국가적 차원에서 사진촬영을 통제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카메라 폰’도 반입을 통제하고 있다”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42명의 대의원들로 일사분란하게 치뤄진 대의원대회. 그리고 이어진 민주노총 탈퇴 결정. 회사는 이날 개최된 대의원대회를 ‘국가보안상’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취재를 거부했던 것은 아닐까. '민주노총 탈퇴'가 그들에겐 '국가적 차원'의 대사였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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