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례리(경북 구미시 선산읍) 추수가 끝났습니다. 일조량이 풍부했던 올해, 구미 쌀농사는 근 10년 만에 찾아오는 대풍이라고 합니다.
 
추수 끝난 ‘습례뜰’엔 그러나 추수 되지 못한 논 하나가 남았습니다. ‘쌀·수·확·포·기·논’이란 여섯 글자 선명히 새겨진 논에, 단단히 여문 쌀들이 드러누웠습니다. 쌀개방·추곡수매제 폐지 반대 등을 외치며 지난 9월 25일 갈아엎은 논엔 진흙과 범벅된 나락 알갱이들이 뒹굴고 있습니다. 자식처럼 키운 논을 자기 손으로 갈아엎어야 했던 농부는 달래지지 않는 안타까움으로 남은 벼들을 쓸어봅니다.
 
2004년 10월 말, 구미에서 추수되지 않는 유일한 논 한 마지기가 썩어가는 가을입니다.  

글=이문영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