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노동 TF팀장을 맡아 ‘사회적 대화’를 골간으로 한 노동정책을 주도해온 박태주 노동교육원 교수가 최근 잇따라 정부측에 ‘대화 무산’을 경고하고 나서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태주 교수는 21일, <한겨레>에 기고한 ‘비정규직보호법 재고해야’라는 글에서 “정부측의 비정규보호법안을 계기로 그나마 정상화의 싹을 보이던 사회적 대화가 무산된다면 노정관계는 다시 과거의 대립과 갈등으로 되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사회적 연대의식의 부족, ‘100% 노조안 관철’ 등 ‘노동조합 근본주의’적 사고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노조를 비난하고 나서며 대결국면을 완화하려 들지 않는다면 이는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고백이나 다름없다”며 정부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노사 갈등의 조정자 소임을 부여받고 있는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했을 뿐 아니라, 양자의 의견을 들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월간 <말> 11월호 인터뷰에서도 현재 노동자들에겐 정부측의 유연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비정규직 법안 문제가 사회적 대화를 끝장낼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내건 사회통합과 성장-분배의 선순환, 노동자 보호와 사회적 대화가 만나는 접점이 바로 비정규직 문제”라며 “노무현 정부는 조율사, 설계사로서의 역할을 통해 노동개혁을 참여정부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현 정부의 능동적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와 노조가 모두 처음엔 서로를 짝사랑하다 나중에 미움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며 “이같은 불신의 고리를 정부가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회적 타협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한국경제 불황의 원인은 내수침체”라며 “사회적 타협으로 분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내수부진을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임금의) 대기업 노조가 (분배) 양극화 구조의 상층부에 안주하면서 ‘더 많이’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문제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즉 분배의 악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회복시켜 내수를 늘리고, 이에 따라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올해 보건의료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한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대신 2% 임금인상안을 통과시킨 점을 “초보적 연대임금제의 정신”이라고 평가하며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면, 노조에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주장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 “내가 줄곧 이야기해왔던 내용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제로 사회적 대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이를 환기시키려는 취지로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정부와 노동계 간에 되풀이되는 ‘불신의 나선형 고리’ 형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쪽은 정부”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갈등이 언제고 좋지 않은 결과로 폭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핵심적 정체성이 ‘사회적 대화’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참여정부 역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포기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면서 노정간 사회적 대화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이같은 ‘경고와 기대’를 정부와 노동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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