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을 강타한 소위 ‘위헌’ 정국 속에서도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여야 지도부는 ‘재보궐 선거’ 출마지역 휴일 지원 유세에 눈코뜰새가 없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 민주노동당은 몇몇 의원들의 지원유세가 눈에 띄었을 뿐, 당 지도부의 움직임은 조용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 오는 10월30일 치러지는 47곳의 재보궐 선거구 가운데 후보를 낸 지역은 단 7곳. 광역의원 7곳 가운데 2곳, 기초단체의원 35곳 가운데 5곳에 후보를 냈을 뿐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 5곳에는 단 한 곳도 후보를 내지 못했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 승리를 통해 제1야당을 만들고, 2016년에는 마침내 집권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정당치고는 초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거대한 소수’가 ‘초라한 소수’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집권을 향한 첫 출발이 ‘지역의 장악’이라고 했을 때 더욱 그러하다.
 
7곳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경남지역의 경우 단 한 곳도 후보를 내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측은 “창원의 경우는 정동화 의원의 뇌물수수 건으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고, 나머지 지역은 적절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자체 준비 정도가 미흡했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와 관련 “중앙당이 전략이 있는 것인지, 뭘 지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서울지역 한 지구당 위원장의 지적은 민주노동당의 준비 정도를 여실히 말해준다. 실제 민주노동당은 선거를 보름여 앞둔 10월 12일에서야 중앙위원회에서 ‘재보궐 선거 관련 후보확정 안건’을 다루었을 뿐이다. 현재 중앙당의 역할은 몇몇 국회의원들의 지원유세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정책을 담당하는 김미희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지난 4월 총선 이후, 당을 추스르는 일이 급선무였다”며 “후보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좋겠지만, 낮은 득표로 인해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당선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또 2006년 지방선거 대응과 관련 “기초조직인 분회 활성화를 꾀하고, 지방선거 준비와 의정활동 모범사례를 공유하며, 학교급식조례처럼 주민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현안 대응을 통해 체계적인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인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고, 젊은층의 관심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역으로 투표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15% 전후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조직된 역량을 총동원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집권전략’까지 마련한 민주노동당이 지역의 후보자조차 찾지 못해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한’시키는 현실. 그들에게 2006년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이 과연 통할까.
 
언제든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할 준비를 하고 있는 유권자와 더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 민주노동당과의 ‘거리’는 과연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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