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대차노조에서 ‘이상욱 집행부’가 당선됐을 때 일각에서는 현대차노조가 ‘투쟁’ 일변도로 흐르지 않겠냐는 섣부른 우려를 했다. 하지만 현대차노조는 올해 아주 짧은 파업기간으로 단기간에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등 ‘합리적’ 노선을 걷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파견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맞서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노조의 움직임은 여전히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부가 금속연맹과 현대차비정규노조들이 진정한 울산과 아산공장의 21개 전 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데 이어, 현대차노조가 진정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주공장 12개 업체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터다.

이상욱 위원장은 지난 22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정규직화해라, 마라 하고 요구하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투쟁을 배치해야 하는 사안이며 구체적 실천투쟁시기는 울산본조가 나서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에 항의하는 것부터 회사를 압박하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욱 위원장은 인터넷에서 현대차노조를 ‘어용’이라고 평하는 글도 봤다며 허허로운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전주공장 사내협력 전 업체가 불법파견 판정받은 것을 볼 때 울산공장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추측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 19일 제출한 ‘불법파견 개선계획서’를 보면 정규직 전환계획은 누락된 채 파견과 임시직 활용, 공정분리를 통한 ‘완전도급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불법파견 판정이 곧 정규직화로 연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정규직노조의 대응계획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상욱 위원장은 “내부계획은 있지만 지금 얘기하기 어렵다. 왜냐면 회사쪽 대응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원칙은 불법파견과 관련해서는 (상급단체와 비정규노조 등과)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정분리를 통한 완전도급화와 관련해 정규직 조합원의 배치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타이어에서도 정규직노조가 배치전환을 끝까지 거부해 비정규직의 완전 정규직화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대응계획을 자체적으로만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다. 민주노총, 금속연맹, 비정규노조와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규직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가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것들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이 힘있게 갈 수 있는 거다. 계획이 만들어지면 상급단체에 보고하고 노조의 각종 의결기구 통해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배치전환을 안 한다는 원칙은 당연하다. 대의원 교육도 진행하고 배치전환을 거부하라는 지침도 내려놨다”고 밝혔다.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서는 상급단체와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불법파견 진정을 함께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없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임기를 1월1일부터 시작했다. 사업계획, 예산을 확정하고 상무집행위 구성하고 바로 불법파견 조사를 시작했지만 100개가 넘는 사업장을 조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연맹과 같이 하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먼저 하더라.”

하지만 조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를 고려하면서 대응계획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 불법파견은 잘못해서 몇 개만 쑤시면 (그사이) 회사가 많은 준비를 해버린다. 불법파견 판정이 애매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번 한다면 파도같이 밀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정규직 싸움의 주체는 비정규직이어야”

현대차는 ‘개선계획서’에서 노사합의 내용인 ‘도급계약 해지시 고용승계 보장’이 불법파견의 오해소지가 있다며 폐기했다. 노사합의 위반에 따른 입장은 분명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위원장은 예상 외 답변을 했다.
 
“불법파견과 관련해 그동안 다양한 노사합의를 했다. 이전 집행부에서는 비정규직을 몇 퍼센트 쓴다고 합의한 적도 있다. 내용상 불법파견을 용인한 거다. 그땐 비정규직의 심각성을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금은 노사합의 위반이다, 아니다 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가 아니라 노동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밖에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불법파견 진정의 목표도 ‘정규직화’일까? “그렇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최선을 다한 가운데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정규직의 교육을 통해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과제다. 정규직의 의식전환이 안되면 싸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의식전환의 성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얻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노조와 언론에도 당부의 말을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문제다. 정규직노조의 어려운 점이 배려돼야 하는데 정규직노조를 상대로 투쟁한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비정규운동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고민이 피력될 수 있었으면 한다. 언론도 비판은 좋지만 폭로식으로 단결을 저해하는 보도는 자제하길 바란다.”

이 위원장은 이런 입장 때문인지 비정규 문제와 관련해 정규직노조를 비판하는 것에 대한 해명은 자제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현대차노조는 올 하반기 사업계획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노조 직가입’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현재 존재하고 있는 비정규노조를 지원하는 사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비정규싸움에는 비정규직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직가입 문제는 내부조율됐다. 그런데 어디까지 해야 최대한 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노조는 그것(비정규사업)만 할 수 없다. 직가입 문제 정규직 조합원의 동의 속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보이지 않게 풀어나가야 한다. 올 하반기 사업으로 직가입 문제와 불법파견 문제를 잘 연결시켜서 진행시킬 것이다”고 대답했다.
 
비정규직 직가입 문제는 정규직으로 구성된 사업장노조를 뛰어넘는 조직화 방식인 산별노조 전환과도 연관이 있다. 특히 이상욱 위원장이 속한 현장조직인 ‘민투위’를 비롯해 이른바 좌파쪽 현장조직들이 현장조직 재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조직 중 일부는 산별노조 전환을 주요한 목표로 보고 있다.

“유럽산별노조나 현재 논쟁이 붙고 있거나 교섭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의 산별노조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필요한 거 아니겠냐. 그 다음에 산별을 가더라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고민해야 한다. 난 대산별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문제를 보완하면서 이번 정치투쟁이든 불법파견투쟁이든 공동으로 놓고 싸우면서 산별전환해야 한다. 지난해에 안 됐다고 올해 또 투표하는 식은 안 된다. 이번 투쟁과 상관없이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현장조직 재편을 논의하는 조직들 모두 산별은 다 중요하게 본다. 산별전환의 경로와 상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차이는 얼마든지 토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한일FTA에 큰 비중 두고 총파업 조직”

불법파견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파견법 개악저지를 요구로 한 민주노총 총파업의 의미는 더욱 남다를 것 같다. 그러나 현대차노조는 한일FTA(자유무역협정)에 더 비중을 두고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고 한다.
 
“임원들이 틈날 때마다 현장순회를 하고 있다. 이미 파업결의는 됐고 25일부터 출근투쟁도 벌인다. 한일FTA가 체결되면 자동차산업이 타격받는다는 걸 조합원들이 다 알고 있다. 높은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될 것이다.”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조합원 교육에서 파견법보다 한일FTA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냐고 물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 한일FTA가 싸워야 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집행 이후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변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지도 궁금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점 없다”고 못박았다.

“노사관계는 합리적인 관계나 대립적 관계로 분리되지 않는다. 아무리 합리적 집행부라 해도 회사랑 안 맞으면 싸워야 하고, 강성이라도 회사가 협조하는 때에는 싸울 수는 없다. 강성 할아버지라도 상대가 없으면 싸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계급적 이해와 요구를 준비하고 정책적으로 높여나가는데 충실하냐의 문제다. 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분과의 합의도 ‘사회적 합의’ 성격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 요구한 것이다.”
 
이상욱 위원장은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보다 ‘원칙’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자기 생각만 말할 수 없다. 어려워서 말을 못하는게 아니다. 비정규 문제가 반세계화와 맞닿은 문제인데 쉽겠는가. 어렵지만 해야 할 일이고,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해나가야할 문제다.” 이 위원장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과 강한 결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싸움이 끝난 뒤 그로부터 '평가'를 꼭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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