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36.5%가 “노동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41.6%는 “가능하면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현재 삶이 빡빡해서일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민들은 생활적 측면에서 노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또한 노사관계를 둘러싸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아직도 대립과 갈등이 고착화되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노동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파업(단체행동) 등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라며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동안 이념과 체제 속에 파묻혀 굴절된 채로 인식된 노동.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벌써 200년 전, 시민교육의 하나로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노동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한국노동교육원(원장 안종근)은 20일 창립 15주년을 맞아 노·사·정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의 노동의식 구조와 노동교육적 과제’라는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열고 노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사진>


학교 노동교육 활성화 시급

송태수 노동교육원 교수는 ‘국민노동교육의 필요성과 과제’라는 주제 발제에서 “노동교육이 세계화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또 경제민주주주의,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역사적으로 제약돼 왔던 노동권의 시민권으로서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어 “사회적 연대의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교육적 요구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교육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교수는 “중고교 정규과정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교육과 노동의식에 대한 현실성 있고 바른 교육이야말로 어떤 다른 교육적 효과보다도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노동교육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10%만이 ‘중고교 교육 과정이 노사문제 이해에 도움을 줬다’고 응답했으며 51%는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고 ‘그저 그렇다’도 38.4%를 차지하는 등 학교 노동교육의 활성화가 시급한 상태다.

노동교육, 노사정 공유범위 넓혀야

이날 토론자로 나온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사정 모두에게 있어 노동교육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노동교육에 있어 운영주체가 중요한데 한국노동교육원이 정부 산하기관으로 인재나 재정측면에서 유리하지만 노사협조주의 강요나 정부 시책 시행 등으로 변질될 수 있는 점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직업을 노동운동가가 아닌 사회운동가라고 쓰는 것을 보면서 노동운동가라는 의미를 아이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노동교육원이 사회 일부가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한 노동교육을 시작했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학교교육을 노동교육에 있어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응 경총 상무는 “노동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식한다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동교육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자아성취와 자기계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노동교육원이 학교 교과서에 대해 (일부 왜곡된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기권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그 동안 노동교육은 각 주체가 자기입장에 입각해 진행한 것 같다”며 “동일한 가치를 지향해 나가는 등 점차 노사정이 공유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윤진호 인하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토론자로 나와 “(기업, 노조 등) 기존 노동교육을 담당했던 여러 주체들을 부정하는 것보다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으며 “또한 노동교육원이 (노동교육과 관련) 중립성, 전문성, 독립성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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