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에서 지난 10월7일자에 게재된 정순호 노동부 안전정책과장의 '"정부 산재통계 엉터리" 단병호 의원 주장에 대한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보내왔습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면을 통해 '산재통계'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이 진행되길 바라며, 이 글에 대한 또다른 반론도 환영합니다.<편집자주>

현재 산재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의 주장(2004년 9월21일 보도자료)에 대해 주무부서인 노동부 안전정책과가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오래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간의 건설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노동부의 반론을 환영한다. 하지만 노동부의 반론이 현재 드러난 산재통계의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연구방법에 대한 미시적 문제제기를 통해 문제를 가리는데 급급했다는 점은 아쉽다.

애초 민주노동당이 밝힌 내용은 "산재보험통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산업재해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규모에 대한 대략적 추정을 위해 2002년 건강보험 자료와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 직장내 발생한 주요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59세 총 노동인구 약 2,500만명 가운데 약 33만1,665명이 사고성재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6만92명과 비교할 때 현재의 산재통계는 전체 사고성재해의 15%밖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정순호 과장의 반론의 요지는 "단병호 의원의 연구는 건강보험자료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진행된 것으로 △산재보험 미적용자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재해 △4일 미만 요양 재해(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4일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가 포함돼 재해자 수가 과다산정될 개연성이 있으므로 이렇게 나온 재해자수를 산재보험자료와 비교하면서 현재의 산재통계가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는 것이었다.

노동부의 반론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설명 및 재반론을 밝힌다.

첫째, 노동부는 초·중·고생, 대학(원)생,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직업군인이 포함돼 재해자수가 과다 산정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연구의 분석대상은 20~59세의 노동인구로 초·중·고생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직업군인은 2002년 기준 128만8,046명으로 분석대상 인구 2,500만명의 약 5%에 해당해 전체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본 연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 직장내 사고발생률 12%를 적용했기 때문에 학교, 도로, 논·밭 등 야외에서 발생한 재해는 포괄적으로 제외됐다.

둘째, 노동부는 직장에서 발생한 재해라 하더라도 모두 업무상 사유에 의한 재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사고발생 장소를 묻는 질문에서 '직장'이라고 답한 사람을 본 연구에서는 '산업재해'로 추정했고, 이에 대한 반박인 듯하다.

산업재해 중에서 직업성질병에 대해서는 이 반론이 적용될 수 있다.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업무수행성(업무 도중 발생)과 함께 업무기인성(업무 때문에 발생)이 더 크게 고려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사고성재해(부상)만을 대상으로 했고, 사고성재해는 -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 업무수행성(직장에서 업무도중 발생)만 인정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직장'에서 발생한 사고성재해를 산업재해로 추정한 본 연구가 무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셋째, 노동부는 현재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4일 미만의 재해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본 연구에서 전체 사고성재해 규모를 추정하는데 요양기간에 대한 구분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본 연구가 대상으로 삼은 부상이 골절, 절단, 관절 및 인대의 탈구, 근육 및 힘줄 손상 등으로 비교적 심각한 것들로 최소한 요양기간이 4일 이상인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학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가 선행됐다. 노동부의 반론은 일반적으로는 맞지만 본 연구에는 해당이 없어 보인다.

단병호 의원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10월19일 '산재통계 정상화와 실질적 산재예방정책 수립을 위한 제안'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왕에 벌어진 산재통계에 대한 토론이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정책토론의 장이 돼야 하고, 나아가 현실의 문제의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보고서는 이렇게 묻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중상재해가 경상재해보다 더 많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산업재해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통계가 있는가?"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지엽적 변명으로 민주노동당의 질문을 피하지 말고 산재통계 정상화를 위해 나설 때이다. 오늘로 마무리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많은 의원들이 산재은폐 문제를 제기한 뜻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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