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에서 근무하며 노조활동을 했던 이씨는 지난 2002년 11월, 회사로부터 해고와 함께 고소를 당했다. 회사의 내부문서를 해킹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씨는 “해킹을 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사내 웹사이트를 관리하던 중, 우연히 회사가 나를 감시·사찰한 자료를 발견했다. 회사쪽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회사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나를 고소하고 곧바로 해고했다.”
해고도 억울한데 법원으로부터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씨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회사 앞에서 ‘1년여 동안’ 노조간부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 회사 경비원들과 마찰이 발생했다. 회사는 그러자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상해죄로 이씨를 또다시 고발했다. 그리고 지난 7월 6일 첫 공판. 검찰은 그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해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1심 판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회사는 내부기밀을 해킹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내가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으로 본다. 당시 노조는 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나는 당시 노조 내부에서도 ‘강성’에 가까웠다. 그래서 노조로부터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이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과 관련해 ‘나를 이해하고 고민해줄 변호사’가 없다고 판단,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라”고 요청하지만, 끝까지 거부 중이다.
“울산에는 인권변호사가 거의 없다. 또 내가 원하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도 내게 없다. 사선변호사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다.”
법 지식도 없고 법률과 무관한 일을 해왔지만 변호사가 없어도 “힘이 들지 않다”고 이씨는 애써 말한다.
“워낙 많은 사건들을 경험해서 잘 해내고 있다. 변호사에게 맡기더라도 결과적으로 내가 모두 검토해야 한다. 변호사는 자격증을 갖고 법정에서 대변해주지만, 실질적인 것들은 내가 모두 처리한다. 절차는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잘 해내고 있다.”
변호사가 없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불리한 것들은 없다고 한다. 승소를 확신하지는 않지만 이씨는 법정에서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SK노조도 이씨에게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증인에 나서고 진술서를 작성해주며 관련 자료를 지원해주는 등 그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회사는 여태껏 나를 해고하겠다, 전출을 보내겠다는 등 회유를 많이 했다. 그러나 이제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때다. 집사람도 지금은 나를 이해한다.”
지난 19일 오후 4시. 이씨는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등 본인의 결백을 주장했다.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