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기업의 회생 또는 퇴출기준(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주채권은행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생사를 가르는 작업을 위해 심사부의 인력과 기능 을 대폭 보강, 10월중 선정작업을 조속히 마무리지을 계획.

시중은행 심사부 관계자는 “5~ 20년동안 거래해오던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해서 은행 단독으로 퇴출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는데 오히려 짐을 던 기분”이라며 “대상기업들의 재무재표 등 각종 자료를 이미 확보해놓고 있어 퇴출기업을 선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60대계열중 삼성 LG 한화 한솔 대림 한진 효성 등 17개 계열사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은 금감위의 가이드라인이 은행에 통보되는 대로 세부기준 작성에 착수할 방침.

한빛은행 재무개선팀 관계자는 “시중은행중 대상기업들이 가장 많은데다 해당기업의 반발이 예상돼 조심스럽다”며 “다른 은행들과 합의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은 60대계열이 동국제강 동부 조양상선 대한전선 등 4곳에 불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업들의 재무상태 등을 살펴볼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기업들은 이날오전 전체 산업에 미칠 충격을 들어 기준의 예외 적용을 주문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등 바삐 움직였다. 특히 건설과 섬유, 시멘트회사 등 경영지표가 좋지 못한 업종의 기업들은 당국과 채권단 관계자 등에게 “설비증설과 투자 확대로 인해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동종업종의 경기전망이 밝고 올들어 영업이익규모가 불어나고 있다”는 등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SKC는 설비증설로 인해 부채비율이 344%로 높아졌으나 올 상반기 중 238억원의 영업이익을 앞세워 건실기업임을 강조했고 LG산전(600%)은 전력기기 사업의 경우 국내시장 1위 업체라는 점을 호소.

지난해말까지 부채비율이 320%에 이자보상배율이 0.56이어서 내심 고심중인 쌍용은 쌍용자동차 빅딜과정에서 부채 1조7000억원을 떠안았으나 외자유치와 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제시했으며, 새한은 겨우 지난달에야 워크아웃계획이 확정된 만큼 이번 퇴출기준의 파장을 비켜갈 것으로 기대.

이밖에 자본금을 4000억원으로 늘렸기 때문에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거나(삼성상용차), 업종 경기전망이 밝다거나(삼성중공업), 사상 최대호황을 구가중이다(현대상선)는 등의 해명이 어지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산업연구실장은 “퇴출여부는 이해관계에 놓인 채권단에서 판정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당국의 기준에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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