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T의 용역비 삭감으로 정리해고 위기에 몰린 한국통신산업개발(KTRD) 노동자들이 노사정위를 점거하고 나섰다.

KTRD는 건설업과 건물의 관리·보수·유지 등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도급업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근무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 중에는 이날 노사정위를 점거했던 2001년 분사 당시 KT의 정규직이었다가 이 회사로 전적된 정규직 이외에도 1년 단위 계약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있다.


그 숫자도 정규직이 120명으로 소수인 반면, 비정규직은 시설관리 500여명, 환경미화 1,500명 총 2,000여명으로 압도적이다.

KT는 분사 당시 KTRD로의 전적 대상자들에게 3년 동안 KT 정규직 수준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도록 했지만 대신 KTRD는 신규인원을 모두 저임금인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비정규직인 시설관리노동자들의 연 평균임금은 1,800만원, 미화원들의 평균임금은 이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 84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2001년 비정규직노조인 전국시설관리노조 한국통신산업개발지부(지부장 이용혁)가 조직된 이후 해마다 임금교섭을 통해 인상을 한 결과다.

KT가 KTRD과 3년 동안 유지했던 수의계약이 마무리된 뒤 용역비 삭감과 공개입찰을 검토함에 따라 1년 단위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이었던 비정규직들이 '파리목숨'이 되기는 시간문제다.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비정규직의 일자리

KT 출신의 정규직들로 조직된 노조는 노사정 합의에 의해 KT의 민영화를 추진했던 만큼 다시 고용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고 있지만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당장 그 저임금의 일자리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을 그저 한탄할 수밖에 없다.

이용혁 시설관리노조 한국통신산업개발지부장은 “현재 KT가 공개입찰을 붙이겠다고 하면 현재보다 140억원 정도 삭감된 용역비로도 수주하겠다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며 “공개입찰이 되거나 KTRD가 이 수준으로 용역계약을 하게 되면 비정규직 중에서도 200명 정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용역단가 삭감계획을 계기로 KTRD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당초 KT의 자회사로 출발하면서 만들어진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의 현격한 2중 구조를 겪어오면서도 해고위협 앞에서 더 큰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이용혁 지부장은 “원청인 KT의 용역비 삭감 방침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어서 마냥 KT를 탓할 수만은 없다”며 “이미 완전 민영화된 회사가 공개입찰을 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비정규직의 고용은 새 업체에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TRD 관계자는 “지금은 KT가 어떠한 입장도 정한 것이 없고 되도록 KT를 자극하지 않고 계약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 KTRD의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KT는 “KT가 계속 KTRD과 종전의 기간과 인원을 계약을 지속하는 것은 (KT 출신에 대한 특혜로 보여져)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기존 조건대로 수의계약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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