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동성노동조합(全勞働省勞働組合)은, 후생노동성 본성으로부터 전국의 도도부현 노동국, 공공직업안정소, 노동기준감독서에서 일하는 국가 공무원의 노동조합입니다.”

일본 전노동성노동조합의 홈페이지(www2s.biglobe.ne.jp/~zenrodo/) 입구에 씌여진 노동조합 소개 문구이다.
 
약칭해서 ‘전노동(全勞働)’이라고 불리는 이 노조는 우리나라로 치면 노동부 중앙과 각 지방노동청, 노동사무소, 고용안정센터에 근무하는 일반공무원과 근로감독관 등에 해당하는 2만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노동행정기관 종사자를 대표하는 ‘노동부노동조합’이다.

올해 들어 이 노동조합은 ‘노동재해보험의 민영화와 민간개방’ 문제를 ‘조목조목’ 끈질지게 물어 늘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에 해당하는 일본의 ‘노재보험’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재계와 집권 자민당의 주장에 대해 ‘전노동’은 “노동인권 보장의 한 수단으로서 노동기준법상의 ‘노동자의 업무상 부상·질병에 대해 사용자의 무과실 배상 책임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노재보험제도를 리스크 분산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손해보험과 동일시할 수 없다”며 “민영화될 경우 노재보험의 공정한 심사 원칙이 무너질 수 있으며, 재해에 취약한 약자들이 주된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관리과 예방 등 ‘재해방지와 노동자 피해보상’의 연계 상실이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전노동’은 2003년 6월 노동기준법 개악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유기고용(기간제근로)의 상한을 3년에서 5년으로 더 확대하고 파견노동의 대상 범위를 더 확대하자는 내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공직업안정소에 축적돼 있는 구인·구직 통계와 실태를 근거로 “파견 노동자나 유기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정사원을 대체하는 형태로 파견 노동자나 유기고용 노동자(계약, 파트등)가 늘어나 노동조건의 분열양상이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법개정 반대투쟁을 전개했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6월17일에는 8년 만에 ‘전국 노동감독행정 관련 조합원 집회’를 열어 “비정규고용의 급증과 사회보장정책 후퇴, 노동법제 개악 등 노동부문의 규제완화 정책이 현장 노동자와 감독행정 종사자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며 “노동법제 약체화의 모순이 제일선을 공격하고 있다”는 요지의 결의를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의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노조가 그들의 ‘일시적’ 고용주인 자민당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가. 오는 19일 국무회의에 공무원노조법안이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노동부는 근로감독관들의 공무원노조 가입을 동법 시행령에서 금지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의 노조가입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들을 들어보면 모두 황당무계한 주장들이다.

‘지휘·감독직’이라는 주장은 근로감독관의 직무 명칭에서 ‘감독’이라는 단어만 떼어낸 것으로 100% 넌센스에 불과하다. 노조가입 자격을 다투는 지휘감독직 여부는 고용관계상의 지위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 근로‘감독’이라는 단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근로감독관들은 엄연히 고용관계상 상위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피고용인의 신분에 있다.

노사문제에 있어 ‘중립성’이 요청되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근로감독관의 피고용인 신분과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중립성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만약 역논리로 “노동부장관이 노동부 직원들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노사관계 정책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하는 자이므로 적절하지 않다” 라는 주장이 유일하게 검토가능한 논리지만, 근로감독관은 명백히 행정직 공무원으로서 때에 따라 특별사법경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로 배치될 뿐 경찰이나 공안직처럼 애초부터 질서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임용된 직군이 아니다.

수십년 동안 근로감독관들의 중립성이 숱하게 문제시되어 왔는데도 그들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중립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 데는 인색하던 정부가, 이제야 비로소 공무원노조가 허용되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려는 마당에 ‘불공정성 우려’를 논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일본의 노동법제에서 많은 것을 베껴오는 우리 정부가 근로감독관의 노조가입 허용만은 유독 기피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 6월 조선·동아가 단일사안으로 이 문제를 직접 겨냥한 사설들을 쏟아낸 때문인가. 만에 하나 일본의 공무원노조 상당수가 보수정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게 이유라면,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다시 금지하는 ‘역발상’을 해봄이 어떠할까. 그렇게 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근로감독관의 공무원노조 가입은 대세이자 당연한 권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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