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내 금융권 장악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에서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대규모 인력감축안을 발표해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론스타의 경우 연일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번 주 초 국회 정무위 국감 현장에서는 외환은행 인수의 적법성 의혹이 강도 높게 제기된 데 이어 14일 학계와 노동계 인사로 구성된 5천여명의 소송인단이 ‘외환은행 매각 무효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출한 것.

또 은행 쪽은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면서 이번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내년 9월 지분보유의무기간 만료시점에 맞춘 몸값 높이기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외환은행은 이주내로 직원 5명 중 1명꼴인 1천여명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자본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9년 6.1%에서 올해 27%로 4.4배 증가했으며 국내 은행산업의 외국인 주식보유 역시 지난해 말 54.32%에서 지난 6월28일 63.16%로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외국계 자본이 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경우 장기적 은행 경영은 어려워지고 단기적 ‘대주주 배불리기’만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론스타 역시 외환은행 인수 이후 기업대출 규모를 줄이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외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9조5천억원에서 올 3월말 기준 19조1천억원으로 4천억원 가량(2%) 줄어든 반면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3천억원 늘었다. “단기 매각차익을 노리는 론스타로서는 부실위험이 큰 기업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 밖에 뉴브릿지가 대주주로 있는 제일은행도 기업대출비중(기업대출/원화대출)을 98년 69.1%에서 지난해 말 30.5%까지 줄였고 한미은행도 75%에서 51%까지 기업대출 비중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외국계 소유의 은행들의 단기이익 추구가 기업경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자 뒤늦게 재경부와 금감위가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들 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대주주와 임원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무효 소송을 제기한 이대순 변호사는 “긍극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소송 과정에서 외국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외국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에 대한 규제와 대안이 모색될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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