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혐의가 국회에서 공론화됐다.
 
13일 환노위 부산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의 노조간부나 활동가가 공개될 경우 소속 업체가 속속 폐업 절차를 밟는가 하면, 한번 폐업으로 공장을 떠난 노조 조합원들은 다시 현대중공업에 채용되지 않는 점을 들어 사실상 '폐업을 가장한 해고'라고 지적했다.
 
단 의원 또 지난 2월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고 분신사망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고 박일수씨와 관련된 합의사항들이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단병호 의원은 "지난 1년간 노조간부 및 적극적 활동가들이 소속된 10개 업체 중 8개가 이미 폐업을 했고 1개 업체는 폐업 예정인데 이는 영세한 하도급 업체들이 휴폐업이 잦다고 해도 지나치게 높은 비율"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업체를 폐업시키는 '섬멸작전'으로 노조의 존립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노조활동가들의 경우 폐업 뒤 다른 하청업체를 통해 복귀한 사례가 단 한건도 없었지만, 노조 활동을 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업체 폐업 이후에는 곧바로 다른 업체로 취업이 되고 있다는 것.

단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와 합의한 고 박일수씨 관련 합의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분신 47일만인 지난 4월7일 합의한 내용에는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의 출입을 보장하고 사업장내 조합활동을 허용’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단 의원은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노조 간부가 공장을 자유롭게 출입한 적이 없고, 오히려 규약과 조직도, 조합원 명부를 내놓으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단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관홍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게 "조합원이 밝혀지면 바로 업체를 폐업해 버리는데 어떻게 노조가 조합원을 공개할 수 있냐"며 "사실상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하려고 합의서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단 의원은 또 "지난 4월12일에는 유인물을 갖고 들어가는 하청노조 조합원을 경비실에 감금하고 출입증과 유인물을 빼앗았는데 그런 것이 자유로운 노조활동이냐'며 질타했다.
 
이에 유 대표는 "하청노조는 절차만 거치면 공장 안에서 집회 개최 등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며 "유인물 압수 건은 회사가 유인물을 배포하려 해도 원청노조와 상의를 거쳐야 하는데 하청노조가 무단으로 배포하려 해서 이를 막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 의원은 "하청노조의 자주적인 활동을 원청이 방해할 이유가 없는데, 국내 굴지의 현대중공업이 최소한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선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기업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초 이날 불법파견과 중대재해 다발 문제로 증인으로 채택됐던 현대미포조선과 STX 대표이사들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 출석을 22일로 미뤘다. 또한 이날 국정감사가 진행된 부산지방노동청 앞에는 부산경남 지역의 장기투쟁 사업장 노조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특히 파업 100일째를 넘긴 풀무원 노동자들은 국회의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노동청 안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나 단병호 의원의 중재로 오후 1시30분께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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