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6 수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시론
‘욕이라도 먹는 정치’가 그립다정치적 무관심만 키워내는 17대 첫 국정감사…민주노동당이 그나마 희망
  • 김윤철 정치칼럼니스트
  • 승인 2004.10.12 10:55
  • 댓글 1
정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욕 먹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하지만 단지 우스개 소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현대정치의 특성이 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갈등을조정해내는 실천행위이다. 그런데 사회가 점차 현대화되면서 사회적 이해와 요구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갈등구조도 복잡해진다. 이때 정치는 다중들의 모든 이해와 요구를 포괄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욕이라도 먹어 다중들의 불만을 일정하게 해소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정치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비단 정치전문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특히 현 시점에서 지적되어야 할 한국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제는 욕 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 총체적 기능부전의 상태에 빠져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거대보수양당 간의 정쟁으로만 점철되고 있는 가운데, 다중들의 칭찬은 고사하고 야단을 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예의, 대안제시는 생략된 주류언론의 ‘관성적 비판’만이 눈에 띌 뿐이다.

▲ 한나라당 박진, 권경석 의원 등이 7일 오후 국방위 국정감사가 열린 조달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의 ‘스파이’ 발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적 무관심만 키워내는 국정감사

유신 이후 독재정권 치하에서는 국정감사란 제도 자체가 없었다. 입법기능과 함께 의회정치의 핵심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복원된 것은 87년 6월 항쟁 이후인 13대 국회 때부터이다. 한국정치에서는 국정감사라는 제도 역시 ‘꽁으로 얻은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는 오히려 다중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확대재생산하는 기제로만 작동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좌파정권’이 아니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좌파정권이 노무현 정권처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내놓고 홀대한 적이 있던가. 송호근 교수마저 지적한 바(“좌파정부의 경제정책”, 중앙일보, 2004년 10월 1일자)처럼, 노무현 정부의 정책초점은 전적으로 ‘우파적 발상’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또다시 노무현 정권의 좌파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고, 박진 의원과 정문헌 의원을 내세워 ‘국운’이 달렸다고 할 수 있는 대북정책 등과 관련하여 ‘무책임한 폭로전’을 전개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하여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때리기로 응대했고, 천정배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한나라당의 폭로행위를 국가기밀유출로 규정하면서 ‘스파이 논쟁’을 제기했다.

좌파이건 우파이건 간에 상관없이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먹여살려야 하는 다중들, 국가기밀에 그 어떤 접근권도 갖고 있지 못해 스파이가 된다는 것은 그저 영화적 상상일 수 밖에 없는 다중들. 이들이 도대체 작금의 국정감사에 무슨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의 참여·민생·정책 국감이 그나마 희망

이런 마당에 민주노동당의 참여·민생·정책 국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보수양당 소속 정치인들의 의도적인 평가절하와 보수양당 간의 정치공방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류언론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의 국정감사 데뷔전은 꽤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민생문제를 비롯해, 보수양당 주도의 정치판에서 억압·은폐되어왔던 의제들을 민중·시민사회단체들과의 소통 속에 국정감사의 의제로 설정·제기했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까지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진보야당’, ‘거대한 소수정당’ 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정부 비정규보호법안에 대한 문제제기, 용산기지 이전 이행합의의 국회비준 필요성 제기, 지자체 일용직 노동자들의 4대 보험 의무가입 규정 위반 사항 지적, 관세화 개방의무발생론에 대한 문제제기, 1조 5천억에 달하는 삼성그룹의 탈세혐의 포착 등이 민주노동당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준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빈곤문제에 대한 국감 의제화 절실

하지만 민주노동당만의 외롭고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실천만으로는 제도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국정감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 민주노동당 자체 평가처럼 구체적인 생활현장에서 다중들이 처하고 있는 문제들 중 다수, 특히 빈곤과 관련된 의제는 국감의제 항목에서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아직까지 홀로 유지하고 있는 지구당 조직을 십분 활용, 빈곤문제들과 관련해 다양한 층위에서 잠재 혹은 표출되고 있는 다중들의 구체적인 이해와 요구를 국감현장을 통해 정치의제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평소에는 당내 권력투쟁과 지역구 관리에만 주력하다가 ‘국감언론특수’를 타기 위해 ‘한 탕’하는 식의 국감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국정감사 제도의 개정이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별도의 회기가 정해져 이 회기 내에 국정감사를 하게끔 하고 있는 것을 상시개원토록 함으로써 국정감사를 일상적인 의정활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헌법개정의 필요성도 검토되어야 한다. 정치가 그나마 욕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을려면, 늘 자기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기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윤철 정치칼럼니스트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윤철 정치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중소노동자 2004-10-12

    정치에 대한 무관심 유발은 그들의 무능력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