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의 대외 정책과 대내 정책은 ‘다른 수단에 의한 신자유주의의 연장’인가?
 
이른바 ‘테러리즘과의 전쟁’과 함께, 클린턴 행정부 때 최고조에 이른 신자유주의의 역전인가?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사태가 남긴 깊고도 넓은 상흔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기반 약화(최장집 고려대 교수)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 물음은 그저 현학적일 뿐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한국 경제·외교 정책(정부만이 아닌 사회운동세력의 그것까지도 포함하는)의 방향에 대한 일정한 시사를 주지 않을까?

일부 학자들은 신자유주의의 반전을 주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포함한) 자유화, (‘지구촌’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까지 포함하는) 자유무역, 건전 금융, 긴축 통화정책, 예산 흑자를 유지하는 작은 정부, 물가 안정을 가장 강조하는 경제성장 등 모든 측면에서 ‘유턴’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든 이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 전환점은 2000년 미국 주식시장 거품 붕괴였고, 이는 신자유주의적 축적양식의 핵심을 차지했던 인수·합병의 붕괴를 낳았으며, 이로 인해 과잉 생산능력에 시달리는 지배적인 자본분파들은 마침내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축적양식을 채택했다는 게 이들 학자의 주장이다. 지배적 자본 분파들은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에 동의했고, 이에 따른 석유가격 상승 및 다른 부문에 대한 전반적 가격 상승의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 여기에 덧붙여진다.

이들 학자에게 신자유주의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목적은 엄연히 ‘자본 축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주장의 핵심은 신자유주의의 반전이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반전이 지배적 자본들의 통제력 상실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데 있다.

일부 학자들은 부시의 대외 정책과 대내 정책을 ‘다른 수단에 의한 신자유주의 연장’으로 규정한다. 비록 주류 신자유주의자들은 부시의 대외 정책을 ‘문제투성이’로 간주하지만, 그리고 자신들이 추진해온 형태의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고 보지만, 노골적인 폭력과 위협의 사용은 미국의 오래 대외 정책과 일관됨을 상기시킨다. 폭력과 위협을 동반하는 미국의 개입은 역사적으로 ‘일탈’이 아니라 ‘정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부시의 국방 부문에 대한 사기업화와 아웃소싱 등 규제완화는 정확히 신자유주의와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들 학자의 혜안은 ‘정실’과 신자유주의의 관계에 대한 분석에서 번뜩인다. 정실이 닷컴 붕괴와 주식시장 붕괴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부시판 신자유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를 침공해 점령한 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하고 있는 짓에서 잘 드러난다.
 
딕 체니 국방장관이 CEO였던 핼리 버튼에 수십억달러의 공사를 변변한 계약서도 없이 발주하는 식의 그런 정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는 신자유주의가 없애겠다고 내세우는 그런 정실이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거듭 확인시켜 줬다는 것이다.

공통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신자유주의의 반전을 얘기하는 학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학자들이나 부시의 정책을 지지하는 지배적 자본 분파들로 석유 및 군수자본은 물론 금융자본을 꼽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부시의 석유 및 국방 부문 규제완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미국은 세계 인구의 5%가 세계 석유 소비의 25%를 차지하는 매우 이상한 나라다. 그런 만큼 미국에게 석유 안보는 언제나 외교정책의 1순위였다. 그런 석유 안보에 사우디아라비아나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의 석유 부문이 국유화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대한 위협이었다.

사담 후세인이 바로 이를 상징했다. 1970년대 이후 시티은행을 비롯한 미국 은행들의 역외지점으로 흘러든 수천억달러 규모의 ‘페트로 달러’(달러로 이뤄진 석유결제자금)가 이들 금융자본의 막대한 수익의 원천이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중동 국가들이 미국 군수업체와 건설업체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고 군사시설 건설 발주를 받는 주된 원천이 페트로 달러였다. 그런데, 후세인은 석유 결제통화로 달러가 아닌 유로를 선호했다. 미국과 영국이 아닌 프랑스와 러시아 등과 석유 채굴 계약을 맺었다. 국유화한 석유 부문은 이런 이단적인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 부문이 민생경제를 챙기는 재원으로 활용되는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부시 행정부가 국유화한 이라크 석유산업을 해체해 사영화시킨 근본 배경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케리가 된다면 세계는 어떨까? 다자주의에 기초한 ‘민주적 제국주의’ 혹은 ‘리버럴 제국주의’? 그 차이는 ‘직접’ 식민통치와 ‘간접’ 식민통치? 그 속에서 클린턴판 신자유주의가 또 다시 부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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