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국부유출·재벌의 금융지배도 '우려'

금융산업노조가 정부의 금융지주회사 설립방안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현 금융권의 문제가 부실 기업의 채권을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은 데서 비롯됐는데도, 정부 주도의 은행 합병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통합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금융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만 가중시키고 외국자본과 재벌의 지분 매입을 허용함으로써 국부 유출은 물론 재벌의 금융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3개 공적 자금 투입 은행을 자회사 형식으로 합병한 다음 기업, 소매, 국제 등 사업부문별로 분리, 통폐합한다는 방침으로, 이는 통합 후 헤쳐 모이는 과정에서 덩치가 줄어든 자회사에서 인원과 조직 감축 등을 손쉽게 이뤄낼 수 있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또 다른 핵심이 인원 감축인 마당에 3개 은행의 1,450여개 점포와 2만3,800여명에 이르는 인원을 그냥 놔둘 수 없고, 따라서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선 통합 후 자회사 분리'를 선택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정부가 합병 방침을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인원과 조직 개편 방안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서도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방안이 실제 어느 만큼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강행되는 인원 정리는 결과적으로 금융 노동자들의 '희생'만 가중시킬 것이라 게 금융노조의 입장이다.

우리보다 앞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던 일본의 경우 지난 95년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은 소매와 도매금융간 합병으로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우리의 경우는 비슷한 업무를 수행해 온 은행들을 통합해 사업부문별 자회사라는 방식을 처음 도입하는 상황으로 실효성을 검증할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자칫 경쟁력 없이 덩치만 키운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고 보면 금융지주회사의 지분 참여를 해외 자본 뿐 아니라 국내 재벌에게도 허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정부는 기존의 부실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주식보다 지주회사 주식이 국내외 매각에 보다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음직하다.

은행에 대한 동일인의 소유지분 한도를 현 4%에서 상향 조정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겨볼 대목이다. 금융노조는 해외 자본의 지분 참여가 허용될 경우 국부유출은 물론, 해외 자본끼리의 담합에 따른 경영 개입도 우려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지분 31.6%를 보유한 독일계 코메르츠방크가 이번 3개 은행 합병과 지주회사설립 방안을 반대하지 않은 대목은 시사하는 게 많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는 금지돼 있지만 국내 재벌기업들의 지분 참여가 허용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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