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불패’ 삼성의 신화가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인 노동자에 대한 휴대전화 불법 위치추적 등으로 ‘노동탄압 왕국’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삼성 SDI에 대해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키로 한 데 이어,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위장하도급·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 특별조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무노조 삼성’에도 파열구가 터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5일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삼성SDI가 초과근로시간을 위반하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을 저질렀고,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일부 노동자에 대해 휴대폰 추적을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특별근로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노동 문제는 7일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이 “삼성전자의 청소 하도급 업체가 노조 조합원을 강제탈퇴시키는 과정에 삼성전자 직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고, 이 하도급 업체의 폐업 이후 새로 하도급을 맡은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노조 가입자는 고용승계가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증언으로 볼 때 위장 하도급도 의심된다”며 부당노동행위와 위장하도급 의혹을 제기하자, 김동남 경인지방노동청장은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삼성SDI의 노동탄압은 이미 노동계에선 광범위하게 알려진 ‘사실’일 뿐만 아니라 그간 노동자 관련 단체들로부터 수많은 문제제기가 있어왔지만, 결국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야 뒤늦게 공권력의 ‘조사’를 받게 됐다. 삼성전자의 부당노동행위 문제 역시 이미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 접수된 상태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처럼 ‘대삼성 전쟁’이 촉발된 데에는 지난 총선에서 진보 성향의 국회의원들의 대거 당선된 것에 힘 입고 있다. 과거엔 ‘국회의원도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 삼성은 못 건드린다’는 게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연이어 삼성 계열사의 노동 문제를 제기해 ‘삼성 저격수’로 떠오른 우원식 의원(48)은 노동운동 출신의 초선 의원이다. 우 의원측은 “애초 삼성만을 문제 삼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오히려 대기업들이 더욱 심하다는 사실을 포착했고, 특히 삼성의 경우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며 “향후 특별조사 등으로 추가로 자료를 수집,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측은 이번 특별감독과 조사가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는 “조사 결과 부당노동행위임이 명백히 드러나 결국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 단지 아주 강력한 탄압에 의해 이루어져온 것일 뿐임을 전 국민들이 알게 되길 기대한다”며 “하지만 삼성에 대한 특별감독이 실시되는 것은 노동부 수장이 김대환 장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우 의원측은 또 “삼성측에서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집요하게 찾아와 만나자고 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며 국감 준비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노동탄압 문제를 가장 처음으로 국회에서 제기한 사람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었다. 단 의원은 지난달부터 삼성SDI 대표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해왔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는 환경노동위 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사위원인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중인 삼성SDI 직원들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의혹 사건과 관련,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SDI 경영본부측 관계자는 <레이버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송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휴대폰 위치 추적건은 우리 회사와는 무관하며, 회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측 역시 “이미 검찰에서 부당노동행위 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판정한 만큼 특별히 부연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측은 또 “최근 삼성의 무노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됐는데 내부에서 변화의 흐름은 없느냐”는 질문에 “회사가 몇십년째 무노조 방침을 유지하면서 노조결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재 방침에 찬성하는 이들도 많다. 결국 결정은 우리 내부에서 하는 것이고 국정감사에서 타겟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변화될 것은 전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여야 의원들의 잇따른 문제제기와 검찰의 수사로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한 삼성이 이 엄중한 ‘변화의 물결’ 앞에 꿋꿋이 ‘무노조의 원칙’만을 고수할 것인지 주목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는 다 바꾸라”며 변화에 능동적인 ‘삼성맨’을 역설한 이가 다름 아닌 삼성그룹의 오너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누라와 자식과 무노조만 빼고”라면 할 말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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