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재벌그룹들이 노동자나 이해 관계자들의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본사건물이나 사업장 앞에 집회 신고를 내고, 실제로는 집회를 열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무노조 경영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노동자 감시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과 삼성의 위성그룹인 신세계 등이 유령집회 신고를 가장 많이 남발한 것으로 집계돼, 재벌그룹들이 집시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막는 데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 위성그룹인 신세계그룹은 올 1월부터 8월 사이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형할인마트 E마트 경기지역 지점들 앞에 66건 955회의 집회신고를 경찰에 제출했으나 단 한 번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

<주요 재벌그룹 집회신고 및 개최현황>
그룹명
허용 회수
미개최 회수
개최 회수
신세계(경기도)
955
955
0
삼성(경기도)
573
532
41
롯데(본사)
175
175
0
두산(본사)
162
162
0
LG(본사) 169
169
0
코오롱(경기도)
165
165
0
현대자동차(본사)140
140
0
현대(경기도)
133
133
0
삼성(본사)
125
10223
SK(본사)
63
63
0

서울의 삼성본사도 37건 125회의 집회신고를 냈으나 23회만 집회를 열었으며 삼성반도체,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홈플러스 등 경기도 지역의 삼성그룹 사업장도 78건 573회의 집회신고를 냈으나 실제 집회가 개최된 횟수는 41회에 불과했다.

경찰청 국감 자료에 따라 2002년도부터 올해 8월말까지 3년 동안 서울경찰청에 신고한 집회의 미개최 현황을 보면, 2002년은 전체 신고집회 17만6,455회 가운데 96.7%인 17만589회, 2003년은 24만5,320회 가운데 98%인 24만476회, 2004년 8월말까지 모두 6만7,626회 가운데 93.8%인 6만3,425회가 열리지 않았다.

경기경찰청에 신고한 집회 미개최 현황을 따르면, 2002년 허용 집회 5만2,891회 가운데 87.9%인 4만6,514회, 2003년은 5만8,116회 가운데 89.5%인 5만,2,029회, 2004년 8월말까지는 모두 3만921회 가운데 91.7%인 2만8,357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는 노조나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장소선점 차원에서 경찰에 집회신청을 해놓고, 실제로는 열지 않는 사례가 많은 수를 차지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유령집회 신고건수가 가장 많았던 그룹은 롯데로 175회에 달했다. 또 LG의 유령집회 신고 횟수도 이 기간 169회로 집계됐고 이어 두산(162회), 현대자동차(140회), 삼성(102회), SK(63회), 한화(56회), 금호(27회)의 순이었다.

경기경찰청에 접수된 유령집회 신고건수는 신세계 955회, 코오롱 165회, 현대 133회, SK 129회, LG 29회 등이며, 이들 5개 기업은 집회 개최 신고를 한 뒤 단 한 번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 삼성은 573회를 신고하고 자체 캠페인 등 41회의 집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이고 92.8%인 532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 의원은 “일부 대기업들의 유령집회 신청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집회 및 시위 자유를 원천적으로 막고, 자사의 이익이나 이미지만을 강조한 기업이기주의 사례의 한 단면”이라며 “상습 유령집회 신청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이 시행중인 음주운전 단속시의 '삼진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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