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입법을 통해 ‘보호와 유연화’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은 국내 노동시장이 경직됐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의 ‘횡포’를 제어할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장은 6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방안 토론회’에서 “비정규직의 증가 원인을 ‘노동시장의 경직성’, ‘정규직 고임금과보호’, ‘기업경쟁력’ 등으로 나누어 실증 분석한 결과, 이들 변수들은 비정규직 증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소장은 우선 “한국의 정규직 노동시장 역시 경직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소장이 한국과 미국의 고용시간, 노동시간 고용, 노동시간, 임금 변동성을 추정한 결과 외환위기 전인 1998년 이전에도 한국(0.013)은 미국(0.009)보다 고용변동성이 높았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정규직(0.022)과 비정규직(0.036) 모두 미국노동자(0.006)보다 높았다. 비정규직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 노동자보다 고용유연성이 모두 높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부의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2001)’에서도 30대 재벌기업, 공기업, 금융업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종업원수는 97년 10월 156만1천 명에서 2001년 4월 124만 8천 명으로 감소, 3년 반 동안 인력이 20%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또 정규직의 임금경직성이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법정 최저임금 변화와 노조 조직률 변화에 따른 비정규직 비율변화의 추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요소들의 증가에 따라 비정규직이 감소했지만 정규직 임금인상에 따른 비정규직 비율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김 소장은 “정규직의 임금경직성 때문에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기업 또는 시장의 횡포를 제어할 제도의 결여 때문에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비정규직을 늘리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비정규직 고용이 기업의 경영성과를 개선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1990~97년) 12.6~14.0%에서 외환위기 이후(1998~2003년) 9.8~10.3%로 3~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6.5~8.3%에서 5.5~7.4%로 감소했다는 것. 즉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실증적으로 분석을 통해서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담론은 ‘허구적 신화’에 불과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또다른 발제자로 참가한 조경배 순천향대 법정학부 교수는 “법개정의 방향은 불법파견 등의 피해를 받아 온 간접고용 노동자가 고용안정을 비롯한 노동법상의 보호를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 직접고용의 원칙 확립,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강화, 불법파견 형사처벌 강화 등을 제시했다.

조임영 홍익대 교수도 “기간제 고용형태의 원칙은 근로계약이 없는 상용고용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예외적인 사유와 기간에 따라 기간제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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