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기업 삼성의 추한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한 삼성SDI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방해 의혹에 이어 국세청이 세금추징에서 삼성과 일반인 간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제시됐다. 게다가 이재용씨에 대한 편법, 변칙상속에 대해 법원이 삼성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심상정 의원 "탈세 추징, 원칙대로"

5일 국회 재경위 소속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세청이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를 놓고 이중잣대를 취해 삼성의 1조5천억원 탈세를 눈감아줬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에게는 1주당 9천원으로 평가해 법인세와 증여세 등 1조5천억원을 깎아준 반면 시중은행 및 소액주주에게는 70만원으로 평가해 법인세 270억원을 추징했다는 것. 이에 심 의원은 국세청이 삼성의 탈세금 전액을 추징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8년 12월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및 계열사 전현직 임원 35인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299만5,200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10%에서 26%로 올린 바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 역시 삼성생명 주식 344만주를 취득, 지분율을 2.25%에서 20.67%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 회장이 99년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주당 70만원이라고 밝힌 것. 이렇게 계산할 경우 이 회장의 증여세 포탈액은 9,310억원, 에버랜드의 법인세 포탈액은 5,795억원이 된다.

심 의원은 "아들이 살때는 9천원, 아버지가 빚 갚는다고 내놓을때는 70만원이라고 하니 삼성생명 주식가치는 정말로 고무줄"이라며 "국세청은 세법 운운하지만 국민,신한,하나,우리,한미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는 과감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을 보면 실제로는 의지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용섭 국세청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법인세 추징을 강행할 방침"을 밝힌 뒤 재벌의 증여세 부과에 대해서는 "증여세 포괄주의가 도입되기 때문에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됐다"며 앞으로의 방침만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백 번 양보해 세금 추징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정하더라도 국세청이 조세정의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 원칙이라는 큰 틀로서 과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실례로 89년 한진그룹이 부당감자를 통해 2세에게 변칙증여한 사실에 대해 당시 상속세법에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 91년에 증여세를 추징한 사실을 들었다.

"추하지만 강력한"…검찰, 법원, 국회마저

이와 함께 삼성그룹은 무노조 신화 뒤에 감춰진 추악한 행태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감춰진 베일을 벗고 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따르면 삼성의 불법적인 휴대폰 위치추적 소송과 관련, 노동자 4명 중 3명이 최근 고소를 취하한 배경에는 그룹차원의 집요한 회유와 협박이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강재민씨의 증언에 따르면 작업장 안에서 회사 간부가 자신과 1미터 거리 안에서 계속 감시하며 회유·협박하는 '1인 1미터 감시'가 진행됐고, 사쪽의 욕설 및 회유, 노조설립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삼성SDI 김순택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신청했으나 다른 의원들의 소극적 태도와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검찰 수사 역시 7월 노동자들의 고소장 접수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 언론의 추적만큼도 소화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모범기업을 원한다

게다가 삼성SDS의 이재용씨에 대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매각과 관련, 법원으로부터는 면죄부를 받았으나 여론은 악화되는 분위기다. 당초 공정위는 1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한 것.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을 통한 부의 변칙적인 세습을 인정하고도 공정거래법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애매하게 판시, 재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와 관련, 이번 판결이 재벌의 편법적인 부의 세습에 대해 면죄부가 부여됐다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모범기업'의 상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면 초일류기업의 신화도 허상에 불과하고, 반기업정서를 해소하는 길도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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