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국제 입찰이 실패로 끝난데 이어, 3년을 끈 한보철강 매각마저 원점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단의 협상 관리 능력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보철강의 매각 과정에서도 자산관리공사나 제일은행 등 채권단이 부주의한 실수를 연발, 외국기업으로부터 농락(?)당한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한보철강 협상 누가 어떻게 잘못했나 =한보철강의 매각 계약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우선 한보철강 인수 계약을 맺은 네이버스라는 펀드에 대한 사전 조사부터가 불충분했다.

네이버스는 중후산업 권철현 회장의 아들인 권오성씨(펀드매니저)와 유진 아이젠버그라는 미국의 유태계 펀드 등으로 구성된 펀드. 채권단 관계자도 “네이버스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이 다소 불충분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당초 협상을 책임졌던 제일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3월 네이버스 컨소시엄과 본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조차 받지 않았고, 계약 파기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명시하지 않았다.

또 지난 6월 제일은행으로부터 협상권을 넘겨받은 자산관리공사도 네이버스측의 계약 이행을 확인하고 이를 성사시키려는 노력이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네이버스가 계약금 납입 마감일인 9월 30일을 일주일 남겨두지 않고 지불 불이행 움직임을 보이자, 네이버스가 요구한 부두전용사용권 등 3개항을 수용하는 등 일방적으로 양보를 하면서 초조하게 계약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채권단이나 자산관리공사는 네이버스의 일방적인 계약파기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아직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우리 측 협상 대표자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했다”며, “결국 지휘탑이 분명치 않은 협상팀이 사분오열되면서 협상은 산으로 갔다”고 지적했다.

◆ 엉터리 대우차 입찰 =대우차 국제입찰의 경우, 대우구조조정위원회와 산업은행이 만든 국제 입찰 준비 과정에서부터 허점 투성이었다.

첫번째 실수는 입찰 보증금을 받지 않은 것. 여기에다 포드나 GM 등 입찰 참여사에 처음부터 구속력 없는 (non binding) 응찰 서류를 제시하도록 했다. 또 당초 입찰 계획에는 협상 대상자로 두 회사를 선정, 경쟁을 붙이려고 했던 것을 막판에 백지화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포드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입찰 서류에 어떤 법적 구속력도 없었다는 점을 간파했고, 나중에 이를 철저하게 이용한 셈이 되었다.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채권은행장들이 모여 입찰 서류 검토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포드를 단독 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가 제시한 7조7000억원의 가격에만 눈이 어두워 나머지 조건은 제대로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했을 때에 대비한 후속조치(CONTINGENCY PLAN)나 계약파기 시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전혀 없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금이라도 시간에 쫓겨 대우차나 한보철강을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일단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파견, 구조조정을 통해 가격을 높인 뒤 꼼꼼하게 매각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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