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을 인수하겠다며 지난 3월 본계약까지 체결한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인수 대금 5천여억원(4억8천만달러)을 마감 시한인 엊그제까지 내지 않아 매각이 불발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은 일단 한달 정도 여유를 두고 네이버스에 계약이행을 촉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하지만 대우차 매각에 크게 덴 우리로선 김대중 대통령 지적대로 또한번 '농락' 당한 기분이다.

협상이야 결렬될 수 있다. 설사 본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매수자 마음이 변하면 계약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매각 주체측이 매수자의 일방적인 변심으로 입을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채권단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난 3월 네이버스와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단은 계약금도 받지 않았고, 계약 파기시 매수자에 가해질 제재 조항도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채권단은 대체 어떤 심산으로 이렇게 계약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포드는 그나마 우선협상 대상자였기 때문에 계약금을 받거나 제재 규정을 둘 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번 한보건은 본계약이 아닌가.

지난해 입찰 당시 네이버스만 참여했기 때문에 채권단의 교섭력이 매수자보다 처질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본계약 체결시에는 채권단이 대우차처럼 가격에만 현혹되지 말고 보다 신중하고 유리한 조건을 붙이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지금과 같은 만일의 사태를 예견하면서 계약을 하는 게 협상 당사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이제 채권단은 비록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만 엎지른 물을 다시 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네이버스의 응답을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한편으로는 네이버스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의계약이든 재입찰이든 새로 원매자를 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네이버스를 '압박' 하는 방법도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일은 정말 더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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