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병원을 유치해서 동북아 의료 허브화 추진을 구실로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의료기관 개설 및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외국병원 유치 근거 부족하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4일 국회 보건복지위의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의료시장개방을 추진하는 근거 자체가 매우 불충분하다며 법안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현 의원은 정부가 의료시장 개방의 사례로 싱가포르의 예를 들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공공의료기관이 74.4%로 탄탄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10%에도 못 미치는 등 공공의료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병원 유치로 1조원이나 되는 해외유출 의료비를 막을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1조원이라는 자료와 근거를 발견할 수 없고, 외국병원에서 출산해도 외국 시민권을 주지 않는 이상 해외원정출산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외국병원 유치근거로 미약하다는 것.

현 의원은 “재경부와 복지부는 외국인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의 불가피함을 주장하지만 국내 의료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복지부는 내국인 진료허용의 근거와 국내의료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엄정히 재평가하고 재경부의 외국의료기관 내국인 진료 허용을 위한 법개정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외국병원 유치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도 “외국병원 유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우선 내국인 진료 허용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건강보험재정의 파탄과 의료비 급증, 국민계층간 위화감 조성과 불만 고조, 의료기관의 양극화와 수가인상요구에 직면해 건강보험 재정과 보장성이 악화될 것이란 지적.

또한 강 의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뿐만 아니라 부산·광양경제자유구역은 물론 제주도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통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과 약국의 개설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또 건교부와 전경련은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기업도시 내 국내 사업자에 의한 영리법인의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등 “외국병원 유치와 함께 국내 거대자본과 대형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이 유행처럼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강 의원은 “전임 김화중 장관이 미국의 일부 병원과 국내인 진료 허용을 전제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않았냐”며 김 장관에게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전임 장관이 내국인 진료의 전향적 고려를 전제로 미국 몇 개 병원과 합의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은 내국인 진료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외국병원 유치에 대해 김 장관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외국병원 설립에 반대하며 내국인 진료는 우리의 공공의료체계 확충 과정을 지켜보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민들 속에서 공론화하고 이해당사자간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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