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이 경영권 세습을 위해 비상장회사를 이용, 변칙상속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국회 재경위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재벌들이 그룹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줘 우량회사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국세청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날 박 의원은 SK, 현대기아차, LG그룹의 사례를 지적했다.

SK그룹의 경우 SK C&C를 SI(시스템통합회사) 업체로 변경, 계열사의 일거리를 몰아주어 94년 주당 매입가격 400원을 2002년 주당 58만6,487원으로 주식가치를 1,466배나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역시 후계자인 정의선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 글로비스라는 회사를 변칙상속에 활용했다. 운송회사인 현대 글로비스는 설립 2년 만에 매출 5,787억원, 순이익 403억원을 올렸는데 이중 현대차그룹과의 내부거래액이 5,208억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90%에 달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조카인 구본현 씨가 운영하는 예림인터내셔널을 LG필립스LCD와 거래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클린룸사업에 진출토록 했고, LG필립스, LG전자, LG건설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약 1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예림인터내셔널은 코스닥 등록기업인 이림테크와 합병해 코스닥 우회등록에 성공, 사업분야를 넓혀 LG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확대시킬 발판을 마련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교보의 상속세 납부액이 1,338억원이고 대한전선은 1,350억원에 이르는데 교보매출액의 11배, 대한전선 매출액의 97배나 되는 삼성 이재용 씨의 경우 현재까지 납부한 증여세 총액이 고작 16억원"이라며 "재벌들이 그룹 전산실들을 모아놓은 SI(시스템 통합), SM(시스템매니지먼트)사를 이용,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변칙상속하는 것을 국세청이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