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되고 무기력했던 할리우드 노조가 최근 단합으로 힘을 모아 미국의 거대영화사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그동안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자신의 개별 이익 지키기에만 급급해와 영화사나 방송사의 힘에 눌려왔던 노조들이 시장확대와 인터넷과 케이블방송 등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자신들의 몫을 주장하며 일제히 내년에 파업에 나서기로 결의, 세를 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11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WGA)은 내년 5월1일 전면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이미 지난 5월부터 광고 출연료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들어간 배우노조 영화배우조합(SAG)과 미국 TV. 라디오미술가연맹(AFTRA)도 내년 6월30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이들 노조의 주장은 단순한 임금인상 차원을 넘는 것으로 영화와 TV 시리즈의 해외시장 확대, 비디오와 DVD 산업의 성장, 인터넷 동영상과 케이블 시청자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자신들이 몫도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들은 지금까지 이 분야의 문제를 제작사들에 일임했지만 최근 들어 자신들이 시나리오를 쓰거나 출연한 영화들이 영화관 이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판매되고 해외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자신들이 받은 보수가 너무 미미하다는데 분개하고 있다.

마이클 매헌 시나리오 작가조합 서부지부장은 "지난 88년 노사합의로 영화재판매시 시나리오 원고료의 2%를 추가로 지불하기로 합의했으나 최근의 시장확대를 고려할 때 너무나 적은 액수"라면서 "더구나 인터넷 동영상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영화상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경우 한 시간 짜리 영화가 재판매될 경우 3천100달러를 추가로 받고있다.

노조의 이같은 단합된 파업결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력을 발휘해 유니버설, 워너 브라더스, 폭스, 디즈니 등 거대 영화사들이 파업에 대비해 원래 계획을 앞당겨 많은 영화를 미리 제작하는 바람에 장비 부족과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 등 할리우드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또 노조는 파업으로 영화사들이 6억8천만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과 함께 해외시장 상실 등 커다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제작사들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노조와 다방면에 걸친 접촉을 계속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으나 지난달 27일 배우조합과 광고주간의 협상마저 결렬된 상황에서 내적으로는 노조의 파업위협에 크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더구나 과거 류 와서먼 MCA사 회장과 같은 중재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협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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