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욕심이 끝이 없다. ‘토지수용권 부여’ 등 기업도시 건설을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제안도 성에 안 찼는지, 1일 정부안의 ‘불합리한 규정’을 입법과정에서 고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들이 말하는 불합리한 규정은 무엇일까. ‘민간복합 도시개발특별법’(이하 기업도시법) 정부안 가운데 개발 이익 70% 환수, 총사업비 중 자기자본 비율 25% 유지, 토지수용권의 협의매수 비율 50% 규정 등을 삭제 또는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함께 기업도시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출자총액제한’과 ‘신용공여한도’ 제도 등의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러한 전경련의 요구는 한마디로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들의 이윤창출 방식은 이렇다. 개인소유의 땅을 ‘공시지가’인 헐값으로 강제 매입한 뒤 비싼 값으로 분양해 천문학적 이익을 남긴다. 물론 ‘경기부양’의 사명을 받고 들어가는 돈은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한다. 여기에 정부의 몫은 없고 기업의 몫만 남는다. 정부는 아낌없는 지원만 하고, 개발이익 환수 등 규제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기업도시 건설의 선봉장은 전경련 이규황 전무다. 그는 1일 오전 여야 의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역혁신·기업도시 정책포럼’ 창립 모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추정이 어려운 만큼 개발이익 70%를 환수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자체와 협의해 비용부담을 정하는 방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또 “대상토지의 50% 이상을 협의 매수하도록 규정한 정부안은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지수용 대상자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지가가 급등하면 협의매수가 장기화되고 사업계획 수립과 프로젝트 금융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총 사업비의 25%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도록 한 규정과 관련해서는 이 전무는 “민간사업자의 자금유동성과 자금동원 능력에 부담을 주고 컨소시엄 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엄격한 자기자본비율 규정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도시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출자총액제한, 신용공여한도 제도 등의 규제도 기업도시 투자에 제약요인이 되지 않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국가 권한 기업에게 위임하라”
 
이 전무는 한국경제신문 9월 30일자 시론 ‘기업도시 제대로 되려면’에서 “기업도시는 이를 유치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지적한 요구 사항들과 함께 그는 “기업도시에서는 교육과 의료시장의 개방 및 파견업종 확대, 파견기간 연장, 대체근로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완전한 ‘기업해방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거침없는 요구이다. 정부가 마련한 기업도시법 자체가 엄청난 재벌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전경련의 추가 요구는 ‘모든 국가 권한을 기업에게 위임하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대기업에 ‘토지 강제수용권’을 주겠다는 정부방침에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은 “재벌공화국 건설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경기부양을 위해 ‘국가권력의 일부를 재계에게 이양하는 꼴”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전경련의 추가 요구에 대해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올 지경”이라며 “정부가 토지수용권까지 주면서 거의 항복하듯이 나오니까 이제 주는 김에 몽땅 다 달라는 것이다. 큰 욕심을 내다보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 전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기업도시법’은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될 예정이다. 기업도시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만든 모임인 ‘지역혁신·기업도시 정책포럼’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의 강봉균 의원이 회장을, 윤호중 의원이 간사를 맡고 있다.
 
여야가 연내 처리할 예정인 기업도시법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재벌들에 대한 막대한 특혜로 전국토를 투기판화하고, 기형적 소유지배구조 심화, 공교육 붕괴, 카지노 등 투기장의 전면화로 경제를 망치는 악법으로 규정, 법안저지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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