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 시작된 대구지하철노조 파업이 70일을 넘기고 10월에 이르렀다. 또 명절을 전후해 타결된 여타 장기파업 사업장과는 달리 5일간의 추석연휴를 지나쳐 버렸다. 시민교통을 담당하는 궤도부분 파업치고는 유례없는 장기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1일부로 73일째 파업을 이끌고 있는 이원준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 파업이 두달을 훌쩍 넘겼다. 심정이 어떤가.
“시민안전 확보와 주5일 근무 등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노조의 요구로 출발했는데 요구에 대한 대화와 협상보다는 ‘민주노조 사수’로 싸움이 확대되고 있다. 대구시와 공사는 이번 기회에 노조를 길들이고 탄압하는 데만 열 올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고액연봉자들의 이기적인 투쟁이나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투쟁으로 왜곡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함께 해 온 조합원들이 놀랍고 자랑스럽다.
어쨌든 우리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73일 동안의 투쟁을 잘 몰아 붙여 승리해야겠다는 마음밖에 없다. 이번 투쟁은 대구지하철만을 넘어서서 필수공익사업장의 합법파업이 어떻게 귀결되느냐, 지하철 등 공기업의 외주·민간위탁 등이 확대되느냐 주춤하느냐의 문제이다.”

- 파업 장기화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공사와 대구시가 향후 2호선 개통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사전에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고 노조를 길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후 원하는 구조조정이나 대구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이 높아졌을 때 우려되는 사태를 막으려하는 것이다. 노조를 굴복시킨 뒤에 시혜적으로 베풀겠다는 공사와 시의 전근대적인 노사관 때문이다.
노조의 전술을 본다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송분담률에 그동안 일부 조합원들이 이탈하면서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업의 효과가 반감되면서 단기간에 끝내지 못했다.”

- 추석 전, 공사 쪽은 조합원들의 대거 이탈을 호언장담했다.
“조합원 1천여명 가운데 700여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900여명이었는데 약간 줄었다. 장기간 투쟁으로 무노동 무임금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 가족 생활의 어려움에 부딪치고 있지만 굳건히 버티고 있다. 교섭거부, 노조 투쟁 왜곡, 노조말살 시도 등 상식을 벗어난 공사 행태에 대한 분노가 많다. 두달간의 투쟁 속에서도 오히려 이런 것들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

- 해결책이 뭐라고 보나.
“사실 중요 쟁점들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확인됐고 (실무협의를 통해) 일부 좁혀진 부분도 있다. 다만 노사간 진지하게 ‘반드시 타결하자’는 대화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31일 본교섭 뒤 9월 한달 동안 단 한 차례의 교섭도 열리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쟁취할 수는 없지만 교섭만 열린다면 일정한 테두리 내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사 쪽은 협상 과정은 배제한 채 노조가 사용자 안에 동의하면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노조가 10개를 요구한다고 10개 전부를 쟁취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파업 장기화가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데 공사 쪽이 교섭에 미숙한 것이다. 관료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후 적극적인 투쟁과 교섭을 병행할 것이다. 대화만 재개되면 타결의 시기가 판단될 것이다.”

-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병호 국회의원이 최근 노조에 와서 강연을 하면서 ‘사용자나 적들과의 싸움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말하더라.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얘기였다. 우리 스스로 이 투쟁에 대해 어렵고 힘들다 말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승리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어려운 게 아니고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결의해 내지 못하는 것이 싸움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우리를 되돌아보면서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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