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비정규보호법안’에 대해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포괄적으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참여연대, 전국여성노조 등 2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공대위는 2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비정규직 관련 정부입법안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의 법안이 공개된 이후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차원의 첫 포괄적 토론이자 여야 정당과 노동부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입구 ‘뻥’ 뚤리고 출구는 허술한 정부안

공청회는 주제발제와 토론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김선수 변호사(민변 전 사무총장)는 “정부입법안은 비정규근로의 남용규제나 차별금지의 측면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되어 있고, 반면 비정규근로의 사용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용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하며 “입구는 과도하게 열렸으되 출구는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또 “비정규 관련 정부입법안은 단순히 노사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고용체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사회적 차별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며 “현재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정부입법안대로 입법이 이뤄진다면 원칙적 고용은 비정규직이 되고 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20~3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규직, 10년 뒤 대폭 줄 것”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양대노총 관계자와 각 정당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학계 관계자가 참여했으며 노동부에서는 엄현택 근로기준국장이 나섰다.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비정규직 확산 촉진 △정규직 고용의 원칙 회피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인 파견노동과 중간착취의 전면 합법화 등을 정부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정부안은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 조차 무시하고 ‘파견업종 제한폐지’, ‘비정규직 고용기간 3년확대’ 등 핵심적인 내용에 있어 사용자 쪽의 주장만을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민주노총 비정규사업실장도 “정부의 법안은 지금도 심각한 상태인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하게 될 ‘최악’의 안”이라고 주장하며 △상시업무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사용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과 최저임금 현실화 △파견법의 폐지와 불법파견 근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명예근로감독관 제도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도 “노동부 안은 기간제를 제도적으로 용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파견제를 사실상 기간 제한 없이 전 업종에 걸쳐 허용하고 있다”며 “경제학상 합리적 사용자라면 정규직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최소한 10년 뒤 우리사회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아직 당론이 정해진 바 없기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고 “동료의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도 “노동계 출신으로서 법안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한편, 노동부를 대표해 참석한 엄현택 근로기준국장은 “노동계가 정부 발표안의 한쪽면만 보고 비난하고 있다”며 “노동부안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및 남용을 최소화하고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엄 국장은 “정부안이 충실히 적용되면 비정규직은 장기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불법파견과 관련해 “근로감독관에게 사법경찰권을 주는 등 앞으로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익위원안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은 없어져야할 고용형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중요한 고용형태이므로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호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익위원안의 취지였다”며 “정부안은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의 취지 및 주요내용을 수용한 것”이라고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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