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정규(파견)직 노동자의 7월달 봉급명세서입니다. 지급총액 110만832원에서 공제총액 20만1,459원을 제하면 89만9,372원이 봉급 실수령액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90만원도 안되는 봉급을 받아 살림을 꾸린다는 게 가능하냐고 회사 쪽에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방송사에서 파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학선씨)

비정규노동자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직접 고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 실태 증언 발언대’가 그것.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단병호 의원 외에도 국회 환노위 간사를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 등이 참석해 비정규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방송국에 입사한지 2년이 조금 넘었다는 김씨는 취재차량이나 방송차량 등을 운전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하루는 낮 근무 하루는 밤 근무’하는 식으로 매일매일 운전대를 잡아야 한단다. “방송국이라는 특성 때문에 급히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나는 거지요. 파견직이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설움이 어디 한두가지겠습니까?”라며 쓴웃음을 짓는 김씨.

김씨는 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직보호입법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파견법을 뜯어 고쳐야 할 마당에 더욱 활성화한다니 정말이지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기분입니다.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제나 마찬가지입니다. 휴일 없이 근무해도 월급은 정규직의 3분의1도 될까 말까, 2년 넘게 근무했지만 휴가는 말도 못 꺼내 봤습니다. 어차피 보내주지도 않을 테니까.”
 
 
“우리는 ‘3개월짜리’가 아니다”
 
화려한 금융권의 이면에 숨겨진 비정규 노동자들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참석자도 있었다. 10년간 외환은행에 근무하다가 명예퇴직한 후 다시 비정규직으로 우리은행에 입사했다는 권혜영씨가 그 당사자다. 권씨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지난 3월31일 우리은행으로부터 해고당한 상태며 현재는 전국금융노조비정규지부 우리은행지회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권씨는 “53명의 사무행원들이 한꺼번에 해고당했습니다. ‘계약직’, ‘뜨내기’라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핸드폰 판매’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정규직 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는 ‘경영 합리화’를 내세우며 우리더러 직장을 그만 두라고 하더군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비록 우리가 3개월 계약직으로 은행에 입사했지만 그 누구도 우리를 ‘3개월짜리’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3개월 일하려고 직장을 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어떤 회사라도 3개월만 일한다는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회사 쪽은 우리를 내보낸 자리에 우리보다도 더 열악한 비정규직인 ‘파트타이머’를 고용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행원들이 오늘도 ‘고용불안’에 떨고 있고, 때로는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권씨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월급 받아도 고스란히 회사 주머니로”
 
종사자 수가 15만명에 이른다는 학습지 교사들도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재능교육교사노조에서 교육부장을 맡고 있다는 유명자씨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 교사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근무에 한달 평균 138만여만원을 지급받고 있다고 한다.

“학습지 교사는 현재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사당시 사쪽과 위탁계약서를 체결해 회사로부터 지정된 교실(수업)을 배정받기 때문에 ‘하나의 점포를 맡은 사장’ 즉 ‘개인사업자’라는 거지요.”

때문에 퇴직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은 전혀 받을 수 없으며, 어쩌다 몸이 아파도 자기 대신 일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하루도 일을 쉴 수 없다는 것이 유씨의 주장이다.

“사쪽에서 부당영업을 강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교사들이 유령회원을 만들어 실적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급을 받아도 절반이상을 회사에 반납(?)해야 하는 실정이고, 유령회원을 무리하게 늘린 교사는 결국 카드 빚에 허덕이게 되고 말죠”라며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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