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꽃미남’ 배우 원빈은 여성관객의 판단력을 교란시킨다. ‘꼴깍’ 넘어가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원빈이 스크린에서 보여진 이미지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동생 진석이처럼 왠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런 원빈이 갑자기 강한 억양의 부산 사투리에 거친 욕설을 내뱉으면서 강하고 반항적이면서도 거친 ‘고딩 쌈짱’을 연기 한다. 물론 이런 경우 영화 속 주인공은 힘자랑을 하되 반드시 저급해서는 안 되며 나름대로 정의롭고 여린 구석이 있어야 하며 카리스마도 필수다.

원빈의 그 ‘매력적인 양아치’ 연기를 보느라 초반 30여분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주위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배치된 원빈의 코믹연기도 먹혀들지 않고 매우 비장하고 슬픈 후반부 분위기에도 전혀 감흥이 없다. 어라? 이제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흥행을 위한 정도, 지나치게 뻔하다
 
1990년대 후반,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연년생 형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얼짱’에 ‘쌈짱’까지 겸하고 있는 동생 종현(원빈). 순해 빠지고 내성적이고 말까지 더듬지만 내신은 1등급인 형 성현(신하균)이 그들이다. 성현이 윗입술이 찢어지는 일종의 선천성 기형이자 전문용어로는 상구순파열증, 흔히 말하는 ‘언청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홀어머니(김해숙)는 측은한 마음에 어릴 때부터 성현만을 편애한다. 부산시장의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일수놀이를 하면서 악착같이 모은 돈은 성현의 수술비로 다 쓴다.

자신만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부담스러웠던 형. 그런 형과 어머니를 못 마땅해 하지만 누구보다도 가족을 지키는데 헌신적인 동생. 그러던 중 둘은 인근 여학교 학생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형은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고 동생은 재수를 하다가 조폭 ‘똘마니’가 된다. “그래도 그들은 영원히 애틋한 형제애를 지키고 있었다…” 뭐, 그런 이야기다.

이 영화가 후반에 갈수록 줄거리를 기억하는 것조차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선, 어디서 본듯한 설정이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보이스오버로 시작되는 첫 장면. 낡은 사진들의 나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주인공들이 칼을 맞거나 죽도록 맞아서 사경을 헤매는 장면.
 
게다가 부산의 좁고 허름한 골목들과, 검정 교복, 거친 사투리들… 게다가 가끔씩 신하균이 쳐주는 시적인 대사나 “형 이라고 한 번만 불러봐”하는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도 아주 닮아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형>의 제작사가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이 설립한 ‘진인사 필름’이라는 것은 혐의를 더욱 짙게 해 준다.

<친구>처럼 드러내 놓고 따라가지는 않지만 눈물나는 형제애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형의 죽음, 홀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등 소재만 놓고 보자면 또 원빈이 출연해던 <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신인 안권태 감독이 첫 작품에 너무 모험을 두려워 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관객들의 식상함을 원빈과 신하균의 매력으로 가리기에는 익숙해도 너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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