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부입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감소까지 불러 올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경총의 설문조사 결과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가 지난 14일 121개 회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정규 정부입법안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를 3년 이상 고용하면 해고를 제한하는 조항이 시행되더라도 10곳 중 8개의 기업이 이들 기간제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다른 기간제노동자로 교체 사용하거나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에 해당 직무를 맡기는 방법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또 정부는 파견노동자에 대해 3년이 지난 뒤에는 3개월 휴지기간을 둬서 파견노동의 반복사용을 막겠다고 하지만, 실제 기업 10곳 중 9곳은 이 기간 중에 임시직이나 기존 정규직노동자로 일시 대체한 다음에 다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거나 고용감축, 하도급 전환 등 비정규직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그동안 정부입법안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비정규직이 더 늘어나고 고용불안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기업들의 설문조사 결과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정부입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22일 경총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해 밝혀졌다.

경총은 지난 10일 노동부가 비정규 정부입법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14일 제조업 78개 비제조업 43개 등 모두 121개 기업(중소기업 91개, 대기업 30개)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입법(안)이 기업의 인력운용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업 80% “3년 후에도 정규직 전환 안해”

정부입법안은 “3년 이상 고용한 기간제노동자는 해고를 제한”하도록 했으나 20.7%의 기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응답한 반면 53.7%의 기업은 다른 기간제노동자로 교체사용, 25.6%의 기업은 해당 직무에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기존의 인력을 활용하겠다고 응답해 모두 79.3%의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그간 정부가 ‘3년 기간 만료 후 해고제한’ 조항에 대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실제 기업들은 계약기간을 3년 미만으로 설정해 3년 안에 기간제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기간제노동자를 채용하는 방법을 쓰겠다고 밝혀, 정부의 기간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며 고용감소를 불러온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3개월 휴지기간 임시직 일시대체

근로자파견의 경우 정부법안에서 3년 파견 후 3개월 휴지기간(연속적 사용제한)을 설정하더라도 기업들의 47.4%는 휴지기간 동안 임시직 또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로 일시 대체한 다음 다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21.1%의 기업은 파견노동자가 일하는 자리에 기존노동자를 배치해 고용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20.2%의 기업은 하도급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은 11.0%에 불과했다.

정부는 파견노동자의 연속적인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휴지기간을 설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3개월 임시직 일시대체 등 편법을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규직 채용을 피해나갈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들이 노동계의 주장대로 편법을 동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노동부의 ‘보호’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10곳 중 5곳 “고용 줄일 것”

비정규정부입법안이 시행되면 기업 10곳 가운데 5곳이 고용 자체를 감소시키거나 용역, 사내하청, 아웃소싱을 늘리겠다고 답해, 법안이 시행되면 고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정부입법안이 시행될 경우 21.5%가 고용자체를 감소시키겠다고 답했으며 27.3%가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용역과 사내하청, 아웃소싱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23.1%는 고용자체를 감소시키겠다고 답해 대기업(16.7%)에 비해 높은 고용감소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로 인해 중소기업에서만 약 21만7,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전체실업률을 1%p 가량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존의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사용하겠다는 기업은 11.6%에 불과했으며 39.7%의 기업은 비정규직을 계속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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