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전비연)를 주축으로 한 이번 선도투쟁은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법개악 시도에 맞서 전체 노동자가 힘있게 나서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22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6일부터 7일째 열린우리당 당의장실 점거한 채 단식농성을 병행하고 있던 비정규직노조 대표들을 만나 농성중단을 권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양대노총 소속 15명의 비정규직노조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감행된 이번 투쟁은 양대 노총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결집하는 범국민운동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와 여당에 적지 않은 충격과 당혹감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으로부터 “정부안에 잘못이 있는 만큼 당정협의를 최대한 연기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 여당 스스로 정부안의 오점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이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노조활동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히’ 정부여당의 당의장실을 기습 점거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힘없는 비정규직노조의 저항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비정규직 농성단, 기세 늦추지 않아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부영 의장은 국보법 개정논란과 추석 민생현안을 돌본다는 이유로 점거농성 1주일 동안 당사에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사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마냥 방치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21일을 전후로 한 때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하는 것은 여론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21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여당 당사가 점거되는 등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의사를 표시하자 갑자기 당사를 에워싼 경찰병력이 평소보다 2~3배 증강됐다.

그러나 총리의 강경발언이 알려짐과 동시에 이번에는 전국의 열린우리당 시·도 당사가 해당 지역 비정규직노동자들에 의해 불시에 점거를 당하거나 항의집회가 벌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항의 투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던 것이다.
 
양대노총 기민한 공조, 여당 압박

더구나 민주노총은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부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경우 총파업을 결행할 것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정했고, 한국노총의 공동투쟁 제안,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양대노총 방문 등 상황이 열린우리당을 포위·압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당초 민주노총의 하반기 총력투쟁 계획은 ‘노동관계법 개악안 상정시 11월24일 4시간 경고파업’이었다. 물론 정부의 입법안의 내용이 워낙 노동계에 충격을 던진 점도 작용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습농성’이 적극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숨가쁜 과정을 거치면서 열린우리당은 당혹해했고, 양대노총 위원장이 이부영 의장을 만나 농성단과의 면담을 주선하고 농성단에게는 해산을 권유하면서 1주일간의 농성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농성에 돌입하면서 “파견업종 확대 등 정부입법안은 정규직·비정규직 모두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농성투쟁은 양대노총의 공동투쟁 합의와 여당의 정부안 재검토 약속, 노동·시민사회운동 진영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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