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홍익대학교 운동장에서 2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2000년도의 근로기준법 화형식이 벌어졌다.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며 산화해간지 꼭 3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화형식'이 재연된 것. 스탠드에 모여앉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저마다 겪고 있는 고용불안과 차별대우 등을 바로잡아 나가자는 소원을 종이에 적어 불을 지폈다.

이날 열린 '비정규 노동자 문화제'에서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울려퍼졌다. 파견직인 방송사비정규직노조의 한 조합원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더 잘해줘야 하는데, 아빠는 2년이 되는 날 해고가 될 것 같다"고 말해 숙연함을 자아냈다. 또 재능교사노조와 한국통신계약직노조 노래패 등이 무대에 올랐고, 서울지하철노조의 '소리물결' 등 정규직 노조원들도 가세했다. 이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영상'을 통해 상반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돌아볼수 있었고 부대행사로 전국애니메이션노조의 미술전, 이랜드노조의 투쟁기금 마련 일일주점도 열렸다.

민주노총은 이번에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내걸고 문화제를 마련했다. 상반기 투쟁을 벌이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쟁점화시키는데 주력해온 민주노총은 하반기 제도개선투쟁을 앞두고 문화제를 시발로, 거리캠페인, 집회 등을 이어나갈 계획. 특히 비정규직 규제를 위한 유기근로계약관련 근로기준법 개정 등 관련 법개정을 올해내에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압박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사장에 늦게 도착한 탓에 대회사를 예정대로 하지 못한 단병호 위원장은 "노동운동발전전략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심도깊게 논의하느라 늦었다"고 말해 집회장 안팍에서 이날 '비정규직'문제는 높은 관심속에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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