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22일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사용 혐의를 조사한 결과 울산공장 12곳, 아산공장 9곳, 총 21개 업체에서 대다수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왔다고 판정했다.

이는 지난 5월27일 금속산업연맹,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등이 현대자동차와 21개 하도급 업체를 불법파견 혐의로 집단 진정한 결과다. 노동부는 조사결과 진정대상인 21개 전 업체의 하청노동자 1,800여명이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돼 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울산지방노동사무소는 조사대상이었던 울산지역 12개 사내협력업체에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작성한 조립작업지시표 등에 원·하청 노동자가 혼재 및 주야교대 작업을 행한 점 △산업재해 등 원청 노동자의 일시적 결원 발생시 대체작업(비상도급)을 하고 있는 점 △계약해지 시 소속 노동자의 배치 또는 계속근로 여부를 원청에서 결정해 지시하는 점 등을 들어 “현대차와 형식적인 도급계약 조건은 갖췄지만 실질적인 사실관계에 있어 노무관리상 및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결여돼 있어 사실상 파견노동을 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노동사무소는 12개 협력업체가 파견노동자의 사용이 제한되는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근로를 제공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했다.

천안지방노동사무소도 조사대상이었던 아산공장의 9개 업체에 대해 울산과 동일한 이유로 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정했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울산·아산 21개 도급업체와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노동부 사내하도급점검지침에 따라 고용안정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오는 10월18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 지침에는 불법파견의 경우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거나 완전도급으로 변경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이에 근거한 시정계획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산업연맹은 “현대차의 불법파견 사용 판정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며 “이를 통해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현대자동차 원청임이 판명됐다”고 밝혔다. 연맹은 “현대차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뿐 아니라 이번 판정의 주요한 근거였던 원청의 부당한 배치전환으로 계약해지 돼 20여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노조 안기호 위원장을 복직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이번 판정은 개선계획서 제출만을 요구하고 직접고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며 “21개 업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만연한 불법파견을 개선하는 길은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적법한 개선방안을 모색 중에 있으며 직접고용이나 완전도급 전환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정규직노조도 지난 8월20일 울산공장 101개, 전주공장 12개 전체 하청업체를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이유로 노동부에 고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노동부의 조사결과는 한달 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1차 조사에서 조사대상 전 업체의 불법파견 사용이 적발된 이상 2차 진정 결과는 1차 때보다 더욱 불법파견 업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진정은 정규직 노조가 직접 낸 것이기도 하고, 현대차가 완전도급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할 경우 정규직노조와 조합원 배치전환 문제 등을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현대차의 불법판정은 노동계가 최근 파견업종 확대 등을 담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안에 전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것이어서, 앞으로 회사쪽의 후속 조치와 노동부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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