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사에 들어가지 않은 채 주변을 맴돈 지 21일로 엿새째이다.

16일 비정규노조 대표들이 당 의장실을 점거한 뒤로 이 의장은 당사에서 열기로 했던 모든 일정을 다른 장소로 변경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의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 의장이 이렇게 바깥으로 빙빙 도는 사이, 당사는 경찰병력의 철두철미한 호위를 받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을 취재하려던 온라인매체를 비롯한 기자들은 당사 안으로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한다. 당에서 등록기자가 아니면 들여보내서는 안된다고 경찰들에게 일러놨단다. 철두철미한 경찰병력의 감시망을 피해 ‘잠입 취재’에 성공한 기자들도, 의장실이나 당사 안에서 당직자들에게 발견되는 즉시 그대로 쫓겨났다.

이런 태도는 당사의 주인은 당원들이고 당직자이니 당사 관리를 위해 ‘국민의 알권리’ 정도는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마뜩잖은 매체에는 취재를 거부하겠다는 뜻인지 도무지 종잡기 힘들다.

거대 보수언론들의 외면과 진보성향의 온라인 매체들에 대한 취재금지가 어울려서인지, 이들의 농성 소식은 세상 밖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빽 없고 힘 없는’ 노동자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냉정한 경험 속에서, 무작정 당 의장실을 점거했다. 그런데 이부영 의장은 당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은 채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대통령을 배출하고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정당의 의장이,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온갖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힘없고 빽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한판 기싸움’이라도 벌이겠다는 뜻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가 일주일 남짓 남았다. 열린우리당도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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