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한국통신노조 대의원대회는 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위치가 어디쯤 와있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이 역설적으로 또다른 노동자의 노동3권의 벽을 만드는 결과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국통신노조 집행부가 내놨던 규약개정안을 놓고 대다수의 토론자는 "원칙은 노조가 이들을 끌어안는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이들의 발목만은 잡아서는 안된다"며 개정안에 찬성했다. 일부 대의원들만이 "아직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보류하자"고 요구하거나, "정규직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정식 표결에 부쳐지기 전 2/3선이 훨씬 넘는 288명이 거수로 찬성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식표결에 부쳐지는 순간, 계약직의 모든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앞서 찬성수치와는 달리 242명만이 찬성, 부결이 된 것이다. 그리고는 표결 후 정회를 선포하지 않았음에도, 일부 지역 대의원들은 한꺼번에 대회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날 대회가 중단된 후 끝까지 남아있던 대의원들은 "부끄럽다"고 자탄했다. 또 어떤 대의원은 "정규직노조의 이기주의를 보여주는 역사적 현장"이라며 "우리는 바로 이 자리에서 계약직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애초 노조는 부결되면 계약직을 노조에 가입시키겠다고 했으나, 당장 그같은 결단을 내리지는 못하면서, 오는 11일로 결론을 미루고 말았다. 이제는 노조 집행부의 확고한 결단이 필요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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