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우리당이 주최한 정부 비정규직입법안 공청회와 개최에 맞춰 시작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린우리당 의장실 점거농성이 주말을 넘기고 있다. 비정규직 농성단은 이부영 당의장이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농성 노동자들이 먼저 퇴거하고 사과를 해 온다면 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정부 여당의 태도가 아니라”고 반박하며 17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 19일 현재 단식 3일째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평당원 대표”라고 밝힌 ‘평당원’들이 당의장실 농성 해제를 요구하는 등 한때 농성단과 열린우리당 ‘평당원’사이에 긴박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그런데 ‘평당원’들이 18일 농성단을 만나 “일단 농성과정과 사유가 왜곡된 것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오는 20일 이부영 의장과의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니 면담 후에는 적어도 당의장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만 해 주면 비정규직 농성의 정당성을 사이버 공간에서 알리는 등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평당원 대표들의 입장은 농성단과 면담을 한 후 매우 전향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전날(17일)까지만 해도 오후 4시30분께 ‘평당원 대표’라고 밝힌 4~5명의 당원이 찾아와 농성단에게 불만을 표시했고, 곧이어 8시30분께는 당원 10여명이 몰려와 열린우리당 평당원 명의로 항의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진정한 주인인 평당원들의 요구”라며 △당의장실 농성을 풀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 △당사 기물 및 시설을 훼손한 것에 진정한 사과와 응분의 후속조치를 할 것 △비정규직 입법안에 대해서는 문제점과 개선책을 평화적 대화로 풀어나갈 것 등을 요구했다.

평당원들은 “만일 이에 응하지 않을 때는 추후 발생하는 모든 불미스러운 상황의 책임은 농성단에 있으며 18일 낮 12시까지 최종 결단을 내려달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당원게시판에는 “낮 12시까지 안 나가면 전국에서 당원들이 쫓아가겠다”(개몽둥이)는 의견부터 “중앙당으로 가실 당원여러분, 그분들 농성의 본질을 이해합시다”(물빛그림자) “현재 의장실 점거 농성을 우리당 평당원들이 강제로 해산시키면 큰일납니다…일단은 대화로…이런 모습은 열린우리당에 플러스알파로 작용합니다”(노짱 지킴이)라는 글까지 다양한 의견이 밤새 올라왔다.

결국 18일 오후 2시께 8명 가량의 평당원들이 농성장을 다시 찾아와 박대규 농성단장 등을 면담했고 "20일 이부영 의장과의 면담이 추진되면 농성자들도 일단 당의장실을 떠나 당내 다른 장소로 옮길 수 있다"고 확답하자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고 돌아갔다.
‘평당원’들은 이 과정에서 “농성단의 말을 직접 듣지 않았을 때는 왜곡해서 이해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써 17일 오후 5시께부터 열린우리당 게시판을 중심으로 '급박하게' 돌아갔던 상황은 일단락됐다.

평당원 대표 중 한 명인 ID ‘달빛그림자’씨는 “우리도 비정규직이고 노동자인데 당의장실 점거 농성으로 당원들의 감정을 건드려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가 최대한 중재에 나섰던 것도 그 이유고 농성단이 의장실만 비워주면 약속대로 그분들 투쟁의 정당성을 홍보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쪽은 사실상 “농성단이 자진 퇴거하는 것 이외에는 당의장실뿐 아니라 다른 어느 곳에서도 옮기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고, 면담 성사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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